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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월의 눈, 노배우가 보여주는 연기의 진수
노장 배우의 눈빛과 호흡은 그 자체로 메시지다. 말 한마디 없어도 하고 싶은 말, 하려는 말을 오롯이 전하는 것은 60년 연기 인생의 내공이다. 과장된 언어와 몸짓을 배제한 노배우는 연기하지 않고 연기를 보여준다. 역설적으로 무대 위에서 연기를 하지않음으로써 연기는 빛을 발한다.

연극 ‘3월의 눈’은 80대 배우 장민호와 백성희의 명성을 타고 연극계 조용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3월 초연시, 두 노배우의 담담한 연기는 화려한 무대와 톡톡 튀는 배우들의 연기에 길들여진 관객들에게 신선한 자극이었다. 두 원로배우의 연륜이 뭍어나는 밀도 높은 연기는 입소문을 타며 객석을 빽빽히 채웠다. 그리고 불과 두 달만에 열린 앙코르 무대. 이번에는 배우 백성희가 가벼운 뇌졸중 후유증으로 무대에 서지 못했지만, 장민호는 여전히 무대에 올랐다.

극은 3월에 내리는 눈이 모티브다. 겨우내 기다리던 봄은 왔지만 노부부에겐 한없이 추운 겨울이다. 하나밖에 없는 손주를 위해, 평생을 살아온 한옥을 팔아치우고 떠날 채비를 하는 두 사람은 쓸쓸함을 뒤로 하고 마음의 봄을 맞는다.


작품은 마치 느린 산보를 하듯, 평온하고 차분하게 진행된다. 노부부의 말과 걸음걸이는 답답할 정도로 느리지만, 관객들은 배우의 긴 호흡과 여백에 차츰 적응한다. 두 배우의 침묵조차 애절하다. 초연 때처럼 앙코르 공연은 매회 매진 행렬과 기립 박수가 이어지고 있다.

이 작품은 인생의 본질, 뼈대를 닮았다. 어떤 자극적인 극의 장치도 없다. 배삼식 작가는 “어떻게 극을 통해 극을 넘어설 것인가를 고민했다”며 “극적 연기가 없는 연기, 갈등과 극성을 뛰어넘는 극본을 썼다”고 말했다. 노배우 장민호는 “연기를 안 하는 것이 연기다. 그저 극중 배역을 분석하고 매일 연습하다 보면 나 자신은 없어지고 그 인물이 돼 있다”고 했다. 공연은 6월 5일까지 서울 서계동 백성희장민호극장. (02)3279-2233

조민선 기자/bonjo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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