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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야수의 처절한 희망찬가’...임재범, 마침내 1위
또 한 번의 막이 올랐다. 가수들의 경쟁은 숨이 막혔다. 시청자와 청중평가단에게는 긴잠감이 곳곳에 배어든 기대감 어린 무대이지만 ‘나는 가수다’라고 온몸으로 말하는 가수들에게는 ‘전쟁의 시작’이었으며 ‘물러설 곳 없는 절벽 끝’이었다. 늘 1등에 대한 갈망을 품으면서도 탈락자를 보는 것은 외면하고픈 현실이었다.

첫 번째 탈락자가 가려지는 두 번째 경연의 무대다. 22일 방송된 MBC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 이 두 번째 경연의 무대를 보기 위해 시청자는 2주를 기다린 셈이다. 맛보기에 불과했던 지난 15일 방송분을 지나 마침내 오른 본경연 무대, 이소라는 송창식의 ‘사랑이야’, BMK는 이선희의 ‘아름다운 강산’, 윤도현은 소녀시대의 ‘런 데빌 런’, 김연우 김장훈의 ‘나와 같다면’, 김범수는 조관우의 ‘늪’, 박정현 부활의 ‘소나기’, 임재범은 윤복희의 ‘여러분’으로 만나게 됐다. 


▶ ‘야수의 처절한 희망 찬가’ 임재범, 마침내 1위=한 남자의 절절한 인생 스토리는 음악을 만나 한 편의 드라마가 됐다. 불우했던 어린 시절, 투병 중인 아내, ‘딸바보’인 짐승남, 솜털이 비집고 나온 헤드폰을 빼지 않는 가왕, 늘 외로운 아웃사이더 임재범이다.

임재범은 이날 윤복희의 ‘여러분’을 불렀다. 그의 무대는 어떤 음악적인 평가를 내리기에 앞서 제스처와 표정으로 너무 많은 말을 남겼다. ‘내가 만약 외로울 때면 누가 나를 위로해주지’로 시작하는 이 노래는 사람숲 사이에서 의지할 곳 없이 떠도는 이들에게, 외로움이 일상으로 스민 이들에게 주술같은 노래다. 혹은 종교적이기도 하다. 원곡자 윤복희는 임재범이 이 노래를 부르자 그를 극찬했다. “이 노래의 가사가 무슨 의미인지 정확히 알고 부른다”면서 최고의 무대라고 평가한 것이다.

단 한 번의 입맞춤없이 섰던 중간평가 무대에서 최고의 가수 윤복희의 평가가 그러했으니 본경연에서는 말로 잇지 못하는 감동이 이어졌다. 프로그램의 자문위원인 남태정 라디오 PD는 임재범의 무대에 대해 ‘야수가 부르는 처절한 희망 찬가’라고 평했으며 ‘빛과 소금’의 장기호는 “사람을 끌어들이는 묘한 마력이 있다. 어떤 면에서는 가창력이라기 보다는 동물적으로 타고 난 감각, 본능”이라고 평했다.

무릎을 꿇고 고통스러워하는 이 남자의 노래에 혹은 울부짖음에 객석은 이내 눈물이 흘렀고, 가수들은 숨을 죽였다. 극적인 편집은 임재범의 무대에 마법을 걸었다. 이것은 임재범 스스로의 외로움과 고통이기도 했지만 이 노래를 듣는 누군가에겐 그가 ‘영원한 노래’이고 ‘영원한 벗’이 되어주는 주문을 외는 순간이었다. 또 그 반대의 순간이기도 했다. 이것은 과연 종교적이고 주술적인 무대였다. 그는 이렇게 1위로 걸어올라갔다.


▶ ‘굿바이’ 연우신(神)=’연우신’의 마지막 무대였다. 그의 별명은 연우신이다. 16년의 가수 인생, 가수들이 꼽는 최고의 보컬리스트이며 가수들이 말하는 최고의 음악선생님이다. 그는 누구보다 자신의 목소리를 잘 알고 있는 가수다. 때로는 그것이 너무 담백해 이 프로그램에서 단점이 될 수도 있다고 스스로 평가를 내린다. 

스스로에게 솔직하고 냉정한 김연우가 이날의 무대에서 ‘나와 같다면’을 부르며 목에 핏대를 세웠다. 김연우의 노래 인생을 통틀어 처음 있는 모습인지도 모른다는 것이 자문위원 남태정 라디오PD를 비롯한 그의 팬들의 반응이다. 위기의 순간에서 자신을 버릴 줄 알았던 이 보컬리스트의 무대, 매니저 김제동은 99점이라는 최고 점수를 줬다.

대중은 그에게 스토리를 원했는지 모르지만 김연우는 스토리 대신 자신이 단 한 번도 보여준 적이 없는 무대로 최고의 감동을 줬다. 연우신은 역시 연우신이었다. 이대로 떠나기에는 너무나 아쉬운, 재개된 ‘나가수’의 첫 탈락자였다.

김연우는 탈락자로 호명된 뒤 “흡족하지는 않았지만 기뻤다. 더 노력해서 좋은 콘서트와 음악으로 찾아뵙겠다”면서 “내 인생은 평탄했다. 조금씩 마니아가 생긴 것도 데뷔 5년이 지난 후였다. 평탄했기 때문에 깊이가 부족한 게 나에게도 느껴진다. ‘나는 가수다’가 터닝포인트가 돼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것 같다”며 이 무대를 떠났다.


▶ ‘폭발적인’ BMKㆍ‘피버타임’ 윤도현ㆍ‘장르 넘나든’ 김범수='송창식의 마음으로 부르고자 했다’는 이소라는 다시 편안하게 되돌아갔다. ‘넘버원(보아)’의 파격과 충격은 잠시 접어두고 이소라는 다시 가볍게 담담히 ‘사랑이야’를 불렀다. 이소라의 장점은 첫 소절부터 알 수 없는 깊이를 준다는 것이다. 한 시청자는 이소라의 무대를 본 뒤 “이소라에겐 과도한 기대를 하지는 않지만 늘 실망이 없다”고 했다. 그것이 이소라였다.

BMK의 무대는 폭발적이었다. 신나게 터져나왔다. 재즈풍의 편곡에 소울의 국모로 불리는 BMK의 힘이 넘치는 창법은 노래를 꽉꽉 메웠다. BMK의 음성만큼 묵직한 섹소폰과 트럼펫이 곡의 비어진 마디를 채워나갔다. 함성과 박수가 끊이지 않았으며 더불어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윤도현의 ‘런데빌런’은 가수들에겐 치명적인 목감기를 극복한 결과였다. ‘입에 붙지도 않는’ 가사와 9명의 소녀들이 나눠부르던 빠른 소절들을 윤도현은 쉼없이 불렀다. 앞서 ‘대쉬(Dash)’를 온전히 자기의 것으로 소화한 윤도현이지만 윤도현에게도 위태로운 순간이었다. 블랙 소시를 대신해 무대 위엔 화려한 원색을 입은 YB가 있었다. 박정현의 말처럼 ‘피버 타임(fever time)’이었다. 재치있고 익살스러웠다. 시작은 슬그머니 들어갔으나 곧 폭발을 기다렸다. 윤도현은 이내 확성기를 통해 빠른 랩마저 구사하며 무대를 장악했다.

김범수는 ‘늪’이었다. 조관우의 신들린 가성을 김범수가 어떻게 들고 나올지 모두의 관심사였다. 한 때는 1위 가수, 그 다음엔 7위, 이 노래로 중간평가 7위를 했던 김범수다. ‘김범수의 재평가’가 이뤄진 무대가 ‘나는 가수다’라고 했다. 김범수는 이 노래에서 그만의 미성에 숨겨둔 야성을 입혔다. 장르를 넘나들었다. 윤도현은 김범수의 무대를 보며 “진짜 잘한다”라며 탄식했다.

박정현은 이국적인 정서를 한껏 살렸다. 부활의 ‘소나기’가 하림과 박정현을 만나니 아일랜드 풍으로 나시 태어났다. 박정현은 걱정도 앞섰다. 넘 이국적인 것이 도리어 이질적인 느낌을 주지 않을까 하는 염려였다. 박정현은 새로운 시도로 전 경연 1위에서 7위를 기록했으나 본인 스스로에겐 새로운 것을 보여준 무대로 남았다.

<고승희 기자 @seungheez>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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