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파 대리인에 불과했다.
19일 헤럴드경제가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룰을 결정할 한나라당 주요 비상대책위원회 위원들의 견해를 물어본 결과 위원들의 의견은 계파에 따라 극명하게 엇갈렸다. 이에 따라 비대위 회의는 계파 수장들의 대리전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합의가 안될 경우 최종 표결할 방침이지만, 결과를 수용할지 미지수다.
핵심은 차기 대권주자의 당권도전 여부.
현행 한나라당 당헌에 따르면 ‘대통령 후보 경선에 출마하고자 하는 자는 상임고문 이외 모든 선출직 당직으로부터 대통령 선거일 1년 6개월 전에 사퇴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차기를 노리는 박근혜 전 대표와 김문수 경기지사, 오세훈 서울시장, 이재오 특임장관 등은 당권에 도전할 수 없다.
범친이계로 분류되는 정의화 비대위원장은 ‘1년 6개월 전 사퇴’ 규정의 완화를 주장하고 있다. 그는 “7월 전대의 관심을 모으기 위해 대선후보의 전대 출마 길을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MB정권 2인자인 이재오 특임장관이 대권에 무게를 두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가운데, 이 장관의 당 복귀를 위한 토대를 마련하려는 친이계 입장과 비슷한다. 규정이 바뀐다면 이 장관이 당권에 도전할 수도 있다. 특히 구주류가 돼 버린 친이계는 전대를 통해 재건을 노리고 있다.
당권ㆍ대권 분리 규정이 완화되면 친박계는 곤혹스러워진다. 박 전 대표의 역할론이 비등한 상황에서 전대 출마를 할수도 안할수도 없게 돼 버린다. 그래서 현행유지 입장을 강력하게 내세우고 있다. 박 전 대표의 ‘조기등판’은 실익이 없다는 결론이다.
친박계 비대위원인 김성조 의원은 본지 통화에서 “당권과 대권은 현행대로 분리돼야 한다”고 했고, 김선동 의원도 “현 시점에서 되돌릴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친김문수계로 분류되는 비대위원인 차명진 의원은 “내년 총선을 위해서라도 차기 주자들이 당 대표 경선에 나올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최근 여권의 위기에 대해 언급하는 일이 부쩍 늘었다. 한나라당이 보수정당으로서 정체성을 분명히 하라는 메시지를 던지는가 하면 ‘맞춤형 무한복지’를 제안하며 대권주자와 당권주자로서의 입지강화를 노리고 있다. 그동안 당과 한발짝 떨어져 있던 것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정몽준 전 대표도 대선 주자가 전면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특히 이들은 이날 오전 정 전 대표의 경기도청 초청특강에 앞서 만나 당권ㆍ대권 분리 규정을 고쳐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정 전 대표는 “대권과 당권을 분리하면 ‘관리형 당대표’가 나올 수밖에 없고, 이는 한나라당이 정당이기를 부정하는 정당이 되는 것”이라고 했고, 김 지사는 “당이 선출직 7명의 발을 묶으면 리더십이 어디서 나오며, 누가 주류 리더십을 발휘하려 하겠느냐”고 말했다.
‘새로운 한나라’의 주축세력인 소장파는 당권ㆍ대권 분리 입장 속에서 대표최고위원(당 대표)과 최고위원 분리 선출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분리 선출로 규정이 바뀌면 소장파의 지도부 입성이 더 용이해진다.
새 한나라 멤버인 황영철 의원은 분리 선출 여부에 대해 “유보적 입장”이라고 했다. 더 계산해 봐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전당원 투표제에 대한 위원들의 의견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투표인단을 늘려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 한나라당 노선에 대해선 “의미가 없다”면서도 대부분 위원들은 “중도를 끌어안아야 한다”고 했다.
조동석ㆍ최정호 기자/dsch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