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총수들을 겨냥한 이명박 대통령의 ‘훈시 발언’의 수위가 한층 높아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6일 유망 중소기업인 400여명을 청와대로 초청한 자리에서 “동반성장이라는 관점에서 기업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대기업 문화가 바뀐다는 것은 총수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여기까지는 이 대통령이 그동안 대ㆍ중소기업 동반성장의 해법으로 제시한 자율적인 인식 변화를 다시 한번 강조한 데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대기업의 CEO들은 실적 위주로 하는 데 실적 위주는 남의 희생을 유발하는 결과를 낳는다. 그러면 ‘따뜻한’ 경쟁이 아니라 ‘살벌한, 냉혹한’ 경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CEO들의 실적 지상주의와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중소기업과의 불공정 거래 관행 등을 총수들이 직접 나서서 개선해달라는 우회적인 주문인 셈이다.
보다 직접적으로는 이건희 삼성 회장 등 재계 대표인사들이 동반성장 문화 정착에 더 큰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달라는 훈시성 발언으로 받아들여진다.
이와 관련, 이 대통령은 “대중소기업 관계에 많은 변화가 있는 게 사실이지만 아직도 부족한 것이 있고 중소기업이 생각할 때 정권이 바뀌면 대기업의 태도가 다시 바뀔 것을 걱정 많이 한다”고 부연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대기업 몇 개가 나라를 끌고 가는 것은 한편으로 좋으면서도 그 나라가 굉장히 취약점이 있다” 면서 “중소기업이 튼튼해야 국가 허리가 튼튼하다”고도 했다.
대통령은 원론적인 입장 표명이라지만, 초과이익공유제와 연기금 주주권 강화 등으로 MB노믹스의 정체성에 혼란을 겪고 있는 재계로서는 ‘대기업 때리기’와 ‘중소기업 기 살리기’의 이분법적 논리로 해석할 소지가 없지 않다.
청와대 관계자는 그러나 “MB노믹스가 친기업, 친시장이라는 것은 두번 설명할 필요가 없다” 면서 “다만 사회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이를 조정해가는 과정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강조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양춘병기자@madamr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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