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EU FTA 시대를 맞아 한·EU간 경제협력의 중계자가 될 주한 유럽 모범 투자가에게 영주자격이 주어졌다. 정부가 고액투자 외국인에 영주자격을 준 적은 있지만 외국투자기업의 임원에 영주자격을 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법무부는 17일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을 위한 법무정책”의 일환으로 유럽 모범 투자가 7명에게 우리나라 국민에 준하는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영주자격을 수여했다고 밝혔다.
이날 영주자격을 받은 사람들은 주한 유럽연합상공회의소가 추천한 사람들 가운데 국내에 2년에서 13년간 머물며 대유럽 교역증진 등 경제발전에 기여한 공로가 인정되는 외국투자기업임원들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프랑스 출신의 패트릭 망지 신한BNP파리바 자산운용 총괄부사장은 한국인 부인과 김밥을 챙겨 북한산 등반을 즐길 정도로 대표적인 지한파(知韓派)로 꼽힌다. 부산에서 한국 생활을 시작한 독일 출신의 홀거 뒈레 하팅코리아 한국지사장은 걸쭉한 경상도 사투리를 구사하는 ‘경상도 사나이’다.
이 외에도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당시 단 한 명의 직원도 해고하지 않고 성공적으로 극복한 핀란드 출신의 레오 아킬라 ㈜파이박스 대표이사와 13년 간 한국에 머물고 있는 프리드리히 스토킹어 트럼프코리아 한국지사 회장 등이 포함됐다.
정부는 그동안 ‘기업하기 좋은 나라’라는 목표 아래 외국인 투자자, 전문직 종사자 등에 체류지원 서비스를 확대해왔다.
이번 영주자격 수여는 한-EU FTA가 국회를 통과, 오는 7월 1일 잠정발효 됨에 따라 새 시대를 맞이할 한-EU간 경제협력의 출발점으로 평가된다.
법무부는 이들 영주자격 수여자가 한국과 EU 간 상호 이해의 폭을 넓히고 인적교류를 활발히 하는 ‘경제 가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영주자격을 받은 외국인은 국내 취업활동에 제한을 받지 않으며 국내 체류기간에 제한이 없어 일정기간 마다 체류기간을 연장할 필요가 없다. 또한 지방자치단체 의회 선거권과 주민투표권이 주어진다.
<김우영 기자@kwy21>
kw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