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없다. 나 오늘 할머니 제사 드리러간다” (차 의원 어머니)
차 의원은 어버이날(8일) 전화로 안부를 전하려다 불편한 어머니 심기를 눈치챘다. 그래서 부랴부랴 어머니를 찾아가 갖은 아양을 다 떨어다고 했다. 그는 “집으로 돌아오면서 숙제를 마친 기분”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차 의원은 “오지말라”고 하는 아들에게는 기어코 찾아가 용돈을 쥐어주고 왔다고 한다. 아들은 대학 기숙사에 있다. 그는 이를 놓고 ‘청개구리 아들, 캥거루 아빠’라고 표현했다.
차 의원의 열아홉번째 의정단상에는 어버이날 풍경을 짧은 글과 눈에 띄는 삽화로 잘 묘사해 놨다. 삽화에는 떠나는 아들을 향해 손 흔드는 어머니, 아들에게 향하는 중년 남성, 이미 멀리 떠난 며느리가 그려져 있다. 차 의원은 “자식이자 아버지라면 충분히 공감할만한 우리의 이야기”라고 했다.
차 의원은 글 한문장, 삽화 한컷으로 우리네 삶과 국회를 ’의정단상’이란 이름으로 홈페이지에 그리고 있다. 그는 “의정활동 중 이슈에 대한 견해를 글과 그림으로 표현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여덟번째 의정단상에서 한나라당 지도부의 실태를 적나라하게 묘사했다. 차 의원은 4월 어느날 정책위의장 대행으로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했다고 한다. 그는 이 회의를 ‘서바이벌 게임장’이라고 일갈했다.
의정단상에는 최고위원들이 서로 얼굴을 붉히면서 ‘말화살’을 퍼붓는 모습을 묘사했다. “A최고, 옷이 왜 그래? 다음 총선에 자신 없으니까 외모로 때우려고?” “B최고, 오늘은 동네 민원 좀 그만하지?” “어? 차 의원, 몸싸움 잘 해서 최고위원 됐나?”
차 의원은 당시 “적어도 나는 다른 사람한테 상처 줘가며 권력 차지는 안 할랍니다”고 되뇌였다고 했다.
그림을 정식으로 배운 적은 없다.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는데, 대학 때 노동운동을 하면서 한컷짜리 만평을 그리는 게 취미가 됐어요. 17대 국회에서도 의정활동과 관련해 틈을 내 그린 삽화와 글을 모아 ‘좌충우돌 의정일기’라는 책을 펴낸 적이 있는데, 이번 페이스북 글도 분량이 좀 쌓이면 책으로 엮어볼까 합니다.”
그는 ‘글과 그림을 통해 국민들에게 제 생각을 좀 더 진솔하고 쉽게 알릴 수 있다면 좋겠다’고 했다. 페이스북을 통해 연재되는 ‘의정단상’에 달리는 답글과 이메일은 활동의 방향타가 되기도 한다.
국회로 출근하면서 의정단상을 구상한다는 차 의원. 오늘은 그가 어떤 세상 이야기를 전할까.
<조동석 기자 @superlet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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