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카에다의 수장 오사마 빈 라덴이 무차별적 살상 무기 도입을 거부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영국 일간 가디언 인터넷판은 12일 익명의 미 정부 관계자를 인용, 파키스탄 아보타바드 소재 빈 라덴의 은신처에서 수집한 자료들에서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됐다고보도했다.
이 관계자는 비영리 탐사보도 서비스 회사 ‘프로퍼블리카(ProPublica)’와 한 인터뷰에서 빈 라덴의 은신처에서 확보한 문서와 컴퓨터 디스크에는 구체적인 테러 계획보다는 “전략적 구상들”이 주로 담겨 있었다고 전했다.
자료에 따르면 예멘에 근거를 둔 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지부(AQAP)는 농기구를개량한 무기들을 테러공격에 이용하자고 상부에 제안했다.
당시 AQAP의 온라인 영자지 ‘인스파이어’는 트랙터에 회전 칼날을 장착한 ‘살상용 트랙터’를 테러공격에 투입하자는 아이디어를 내놨다.
이에 대해 당시 빈 라덴은 “무차별적인 살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화를 내며 도입을 거부했다는 것이다.
익명의 미 정부 관계자는 “당시 빈 라덴은 ‘이는 우리가 지지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한 제안에) 놀란 것 같았다. 그는 이러한 전략적 제안이 무차별적인 살육을 조장한다고 불만을 표시했다”고 전했다.
비록 서방을 상대로 한 대형 인명살상 행위는 지지했으나, 미군을 아랍에서 몰아내기 위해 필요한 미국인 희생자들의 수를 파악하고자 노력한 새로운 면모도 드러났다.
빈 라덴과 측근들은 당시에 AQAP와 알-카에다 이라크 지부(AQI)가 중동 세계에서 적절한 공격 대상으로 인정되기 어려운 목표물을 피하기 위해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고 종종 질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빈 라덴은 AQI 지도자 아부 무사브 알-자르카위에 서신을 계속 보내 이라크내 시아파 무슬림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고 민간인 피해를 줄일 것을 권고했다.
또 당시 빈 라덴의 한 측근은 1990년대 무차별적인 살상을 일삼다가 대중의 지지를 잃었던 알제리 반군의 전철을 밟지 말라고 자르카위에 경고하기도 했다.
자료에 따르면 빈 라덴은 공격 대상이 될만한 미 정부 고위 관계자들의 순위를 매기기도 했는데 조 바이든 부통령은 중요도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공격 대상에서 제외된 사실도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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