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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英 가디언 빈라덴 일기 재구성?
오사마 빈 라덴의 비밀일기가 입수되면서 그의 은신처 생활이 속속 공개되고 있다. 영국의 가디언은 12일(현지시간) 빈 라덴이 은신 기간중 구상했던 테러계획과 은신처의 일상 생활이 담긴 일기의 내용을 보도했다. 빈 라덴 일기에 대한 패러디물이 속출하는 가운데 가디언지의 보도에 대한 진위여부도 파악되지 않았다.

가디언이 인터넷판에 게재한 빈 라덴의 일기는 2009년 8월 14일부터 사살 직전인 지난달 30일까지의 내용이 담겨져 있다. 이 일기에는 미국에 ‘대규모’ 공격을 감행해야 미국의 정책이 바뀐다는 내용과 함께 빈 라덴의 TV시청, 독서모임, 우편물, 축구 광팬이었던 일상사까지 쓰여 있다.

가디언은 이 일기를 공개하면서 “세계 최고 지명 수배범인 빈라덴이 어떻게 파티스탄 은신처에서 바쁜 생활을 유지했을까”라고 의문을 던지면서 “최근 발견된 일기가 빈 라덴의 독특한 정치 통찰력과 TV 시청습관, 머리손질법까지 보여주고 있다”고 전했다. 다음은 가디언에 공개된 일기 내용.



▶2009년 8월 14일

몇시간 동안 TV를 지켜봤지만 오늘 나에 관한 뉴스는 없다. CNN에서 요부같은 세라 페일린을 봤다. 여느 때처럼 사실상 벗은 상태였다. 손목 노출에 발목, 머리, 모두다. 이상하게도 페일린은 ‘죽음의 위원회(death panelsㆍ페일린이 의료개혁법 반대를 위해 주장한 용어로 의료보험 적용 여부를 결정하는 위원회를 뜻함)’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나는 과일을 훔치거나 면도한 죄로 사람을 처벌할 때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이 ‘죽음의 위원회’라고 주장한 바 있다. 순간, 그녀는 ‘오사마의 죽음 위원회’ 대신에 ‘오바마의 죽음 위원회’라고 잘못 말했다. 하지만 사회자는 이를 지적하지 않았다. 어리석은 여자 같으니.

▶2009년 9월 11일

수차례 하늘을 향해 발포했지만 주위 사람들 “오사마, 소음이 너무 커. 은신처로 이목이 집중될 거야”라며 좋지 않은 생각이라고 했다. 모두 겁쟁이들이다. 어쨌든, (9.11테러) 축제 분위기는 나지 않았다. 여기에 축하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2010년 1월 19일

미국의 주요 도시에 대한 새로운 공격을 구상하면서 오전을 보냈다. 이런 공간에서는 몸을 바쁘게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미치고 말 것이다. 우리는 보다 대규모의 살상이 필요하다-다발적인 소규모 공격은 미국의 정책을 변화시키지 않는다. 미국에서는 거의 매일 소규모 살인이 일어나고 있다-그들이 눈치챘는지 의심스럽다.

또 최근 미국민들을 공포에 몰아 넣을 공격날짜, 즉 마돈나 생일인 7월 4일, 오스카 파티, 린제이 로한의 법정 출두일 등을 생각하고 있다.

나는 무신론자들을 패배시킬 새로운 계획을 말하기 위해 모든 사람들을 안전한 방으로 불러 모으고 “우리는 로스엔젤레스의 대중교통망을 공격해 현대판 타락의 도시 소돔을 무릎 꿇게 할 것이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웃으면서 “행운을 빈다”고 했다. 이어 내가 “지하드(성전)은 이보다 더 가혹할 수 없다!”고 말하니 모두들 웃었다. 다시 중심에 선 느낌이 좋았다.

▶2010년 4월 26일

TV에 나오는 나를 봤는데, 저게 언제적 영상인지…. 추종자들에게 서구 제국주의자들을 살해하라고 설득하고 있었다. 정말 어려보인다. 저 때의 날카롭고, 총명한 내 모습은 어디로 갔을까? 지금은 숄이나 두르고 웅크린 채 땅콩이나 씹으며 래리킹을 보고 있다. (한숨)

▶2010년 6월 5일

너무 덥다. 마당에서 독서하고 생각하면서 오후를 보냈다. 여기서 지내는 것은 외롭지만 매우 평화롭다. 이런 시간에는 전쟁, 죽음, 서구 제구주의 같은 것을 올리브 나무 아래 이 작은 자리에서 보면 지구 반대편의 일 같다. 오늘 또 한번 옆집 공이 담을 넘어오면, 그것을 다시 던져주기 전에 총으로 쏴버릴 거다.

▶2010년 8월 15일

택배회사 직원이 다녀갔다. 배달된 물건은 알카에다서 온 비밀문서, 리모콘용 AA 건전지, 뉴스위크 복사본, 아케야 카달로그(한번도 물건을 주문한 적 없는데 매번 두개씩이나 보낸다), ‘니모를 찾아서’ 영화 해적판. 이 영화를 보고 많이 웃었지만 나중에는 비난했다.

오늘밤엔 독서모임이 열렸다. 은신처의 모든 사람들이 내가 또다시 코란을 선정해 화를 냈다. 다들 그건 전에 읽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그래서 “그럼, 그걸 외웠어?”라고 반문했다. 그들은 다시 “내가 항상 토론을 방해(hijack)한다”고 말했다. 그건 사실이다. 아부(Abu)는 이번 책선정 차례는 자신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소설 ‘안젤라의 재(Angela’s Ashes)’ 이후 그의 차례가 절대 아니라고 말해줬다.

▶2010년 11월 3일

미국의 중간선거 결과에 대한 만족 여부를 말할 수가 없다. 그들(미국)의 시스템은 너무 복잡하다! 상하 양원의 입법부, 대통령, 정부, 사법부…. 내 생각에 그건 모두 결국 하나의 거대한 사탄이다. 공화당의 승리는 의료개혁에 나쁘다, 따라서 좋은 것이다(우리의 추가 노력없이 더 많은 미국인이 죽을 것이기 때문에). 그런데도 나는 기쁜 감정을 찾기 힘들다.

▶2010년 11월 22일

무척 피곤하다. 어젯밤 늦게 까지 친구들과 식기세척기가 신성 모독인지에 대해 토론했다. 나는 “집안 가전제품 같은 소소한 교리적 문제는 제쳐두고 신의 뜻에 따라 우리는 더 큰 악들(미국, 이스라엘, 음악)을 제거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너무 피곤해서였는지 수염을 염색하면서 연거푸 실수를 저질렀다. 처음에는 센슈얼 블랙(염색약 일종) 대신 델리케이트 아이스드 초콜렛(염색약 일종)을 발랐다. 이어 장갑을 끼는 것을 깜박했고, 너무 오랫동안 방치해버렸다. 이런 식으로는 비디오용 외모를 만들수 없다. 좀더 기다려야겠다.

▶2011년 3월 8일

오마이갓, 대체 아스널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3:1이라니, 그들은 뭘 한거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서 아스널이 바르셀로나에 1-3으로 져서 8강 진출에 실패한 것을 두고.)

▶2011년 4월 30일

이웃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딱 꼬집어 말하긴 어렵지만 저쪽 도로 위 지붕에 새로운 안테나가 달렸다. 또한 지난 나흘간 흰색 밴이 길모퉁이에 세워져 있다. 너무 걱정이 돼서 파키스탄 정보부(ISI)를 불렀지만 그들은 내가 단지 편집증일 뿐이라고 말했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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