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아침에 한나라당에서 구(舊)주류로 추락한 친이계(친이명박계)의 양대 축인 이재오 특임장관과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의 활동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원내대표 경선 이후 배신을 당했다면서 분노한 이 장관은 관계가 급격히 소원해진 이 전 부의장 측에 직접 해명 전화를 하는 등 화해 제스처를 취하며 위상 회복에 나서는 모습이다.
그동안 ‘침묵 모드’로 일관하고 있던 이 장관은 13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국가정책조정회의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11일 국무회의에 불참한 이 장관은 최근 ‘특임장관 사퇴설’까지 떠돌자 측근을 통해 이를 강력 부인한 바 있다.
이날 오전 7시57분께 회의실에 도착한 이 장관은 “지난 번에 안 나왔더니 얼마나 뭐라고 하던지”라며 머쓱한 웃음을 지었다. 김황식 국무총리를 비롯한 참석자들에게 인사를 건넨 그는 한 손으로 머리를 쓰다듬고 어깨를 으쓱하는 등 다양한 제스처를 취했다.
이 장관은 이날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오후에 특강 일정이 있긴 한데 마침 시간이 맞아서 나왔다. 운동은 계속 한다. 봐라, 얼굴이 좋지 않으냐”며 손가락으로 홍조 띤 뺨을 가리켜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나머지 질문은 정중히 사양했다.
이 장관은 일단 이명박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마치고 돌아오는 15일 이후 대통령과 회동을 갖고 향후 행보 등을 조율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에서 쇄신의 대상으로 지목되는 등 곤욕을 치르고 있는 이 전 부의장도 국산 무기 수출을 확정짓는 등 활발한 남미외교를 벌이고 있다.
대통령 특사로 남미를 방문 중인 이 의원은 12일(이하 현지시간) 두번째 방문국인 페루 리마의 대통령궁에서 알란 가르시아 대통령과 1시간가량 단독 면담을 갖고, KT-1 기본훈련기의 페루 진출을 확약받았다고 밝혔다. KT-1 기본훈련기의 페루 진출은 방산 분야에서 남미 시장의 첫 진출이다.
이 의원은 앞서 지난 10일부터 사흘간 리비아와 페루를 잇달아 방문하면서 자원외교를 위한 강도 높은 강행군을 펼쳤다. 이 의원의 볼리비아 방문은 이번이 네 번째지만, 예정된 특사 방문지는 아니었다.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리튬 공동개발 문제에 대한 볼리비아측의 ‘확답’을 받기 위해 일부러 찾은 것이다.
특히 이 의원은 남미 방문 기간에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이라는 위상 때문에 ‘정상급’에 준하는 파격적인 대우를 받았다. 볼리비아에서는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이 직접 대통령 관저로 초청, 총리와 장관들을 배석시킨 가운데 만찬을 베풀었고, 페루에서는 오는 7월이면 임기가 끝나는 가르시아 대통령과 1시간 넘게 단독면담을 하기도 했다.
최정호ㆍ김윤희 기자/choij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