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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인호의 전원별곡]전원명당(6) 홍천 백암산 일대 “제철 산나물과 약초가 널려있는 청정오지”
사시사철 높은 산에서 맑고 깨끗한 물이 넘쳐흐르는 계곡 옆의 전원주택지는 예나 지금이나 인기가 높다.

늘 신선한 공기와 깨끗한 물, 제철 산나물과 약초, 그리고 건강증진을 위한 산행까지 높은 산이 베푸는 혜택을 맘껏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번잡하고 시끄러운 도시에서 벗어나 호젓한 전원생활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물론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깊은 산속인 만큼 4륜구동 SUV가 아니라면 오가기조차 어렵다. 주변에 시장, 학교, 보건소, 인터넷 등이 없으니 불편한 생활도 감내해야 한다. 멧돼지, 고라니, 뱀 등 산짐승의 방해도 기꺼이 감수해야 한다.

이런 각오가 되어 있다면 깊은 산속 보금자리는 안빈낙도가 따로 없다. 늘 자연과 벗하며 여유로운 삶을 즐길 수 있다.
홍천 백암산 가령폭포, 50m 높이에서 떨어지는 물길의 모습이 자못 웅장하다

깊은 산속 계곡 옆 땅이라도 몸값은 생각보다 비싼 편이다. 의외로 이런 곳을 찾는 수요도 제법 많기 때문. 그래서 계곡 옆 땅에 전원주택을 지으려면 비용부담이 만만치 않다. 비탈진 경사면을 깎아 내 돌을 쌓아야 하고, 중장비나 건자재 운반비도 비싸다.

어쨌든 산속 계곡 옆 호젓한 보금자리를 원한다면 가급적 높고 때 묻지 않은 원시림의 비경을 간직한 산이어야 좋다. 강원도 홍천군 내촌면과 인제군 상남면의 경계에 위치한 백암산(白岩山·1099m)이 바로 그런 산이다.

잘 알려지지 않았다면 일단 사람들의 발길을 타지 않았다는 것. 역으로 교통이 불편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백암산은 오는 2014 개통 예정인 동서고속도로(서울~양양) 2단계 구간의 내촌IC에서 차로 10분이 채 안 걸린다. 내촌IC는 현재 서울(강동)로 연결되는 동홍천IC와 바로 이어진다. 내촌IC가 개통되면 이 숨어있는 명당은 싫어도 자기 모습을 드러낼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백암산 정상의 나무와 풀은 아직까지 녹색옷으로 갈아입지 않았다.

‘오지의 산’ 홍천 백암산은 근래 생태체험 등산동호인들이 찾으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표고 900m을 중심으로 수많은 종류의 산나물과 약초, 야생화가 자생하고 있고, 주변에는 난쟁이 산죽 군락 등 사계절 푸르름과 자연이 잘 보존돼 산새들의 낙원이기도 하다. 해발 950m 어사리덕 작은 산골 샘(약용생수가 나오는 샘)에서 솟은 청정수가 400리 홍천강으로 발원하는 비례올계곡의 무명담소와 홍천9경(景) 중 하나인 가령폭포(50m)가 시원함을 더해 준다.
백암산 초입에 들어선 농가의 모습.
백암산 밤까시 일대에는 인삼밭과 더덕밭이 광활하게 펼쳐져있다.

홍천 백암산은 행정구역으로 보면 내촌면 와야리와 광암리, 그리고 인제 상남면에 일부 걸쳐 있다. 산을 오르려면 와야리 쪽에서 방향을 잡는다. 전원주택지도 이쪽에서 찾아보아야 한다.

연화사라는 절을 거쳐 가령폭포로 올라가는 길(가령폭포길)과, 백암산장에서 밤까시로 올라가는 길(백암산길), 비레올에서 어사리덕으로 올라가는 길(낙엽송숲길) 주변으로 밭과 임야가 드러난다.

특히 밤까시로 올라가는 길 주변으로는 광활한 면적의 밭이 펼쳐진다. 지난해 기존 감자와 고추밭을 인삼 밭으로 바꾸면서 향후 5~6년간은 인삼 재배지로 남게 됐다. 여기에 더덕 밭이 드문드문 들어서 있어 특유의 더덕 향이 코를 자극한다.

산 초입 백암산장까지는 시멘트 포장도로가 깔려있고 전기도 들어오지만, 이후 인삼·더덕 밭을 끼고 산으로 이어지는 도로는 비포장 흙길이다. 당연히 전기도 안 들어온다. 너무 외따로 떨어져 있는 데다 도로 중간 중간 계곡물이 흘러 넘쳐 길마저 끊겼다가 다시 이어지기를 되풀이 한다. 장마철이나 겨울철에는 아예 차량 출입이 어려울 수도 있다.
백암산 주변 위치도

산을 오르다가 때마침 더덕을 캐고 있는 한 외지인을 만났다. 매주 일요일이면 어김없이 이곳을 찾는다는 그는 “8년 전에 우연히 백암산을 찾았다가 때 묻지 않은 원시적 풍광에 반해서 이 곳 땅을 장만했다”며 “여기에 오면 한주일 쌓인 스트레스가 싹 사라지고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자연 속에서 밭을 일구면서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다”고 말했다.

그는 4년 후 정년퇴직을 하면 이곳에 정착할 생각이다. 하지만 최근 등산객들의 발길이 잦아지면서 그의 평온한 전원생활이 조금씩 방해를 받고 있단다. 그는 “아무래도 등산객이 늘어나면 쾌적한 자연환경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며 “대한민국에 진정한 오지가 점차 사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남아있는 오지라도 보존하는 게 맞지 않겠나”고 반문했다.

때 묻지 않은 오지의 백암산은 정상 가까이에 광활한 초원지대를 품고 있다. 이 곳에는 수많은 종류의 산나물과 약초, 야생화가 자생하고 있다. 지난해말 홍천에서는 처음으로 1억원을 호가하는 산삼이 이 곳 백암산에서 나왔다는 소문도 들린다. 정상 인근 나무들은 아직 녹색 옷으로 갈아입지 않았지만, 봄 산나물 중 최고로 대접받는 곰취는 이미 드문드문 노란 꽃을 피워내고 있었다. 가령폭포로 이어지는 길은 거대한 장송들이 장관을 이루고 있어 상쾌함을 더한다.

하산 길에 들린 가령폭포는 우렁찬 굉음을 토하며 50m의 낭떠러지를 향해 낙하하는 물길의 모습이 자못 웅장하다. 폭포아래에서 폭포의 정상을 바라다보면 마치 하늘에서 물이 떨어지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가령폭포에서 연화사 초입으로 내려오는 길은 자작나무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연화사 위, 아래로 몇몇 전원주택들이 둥지를 틀고 있지만 밤까시 주변과 비교하면 땅이 별로 없다.

따라서 백암산을 배경으로 하는 전원주택지는 자연스레 홍천군 내촌면과 인제군 상남면을 연결하는 451번 도로변을 따라 확장된다. 제법 널찍한 농지가 펼쳐지고, 농가와 전원주택들이 제법 들어서 있다.

땅 값은 집을 지을 수 있는 관리지역의 경우 10만원대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현지의 한 중개업자는 “덩어리가 크거나 하자가 있는 땅이 아니면 10만원대 매물은 없다”며 “내촌IC가 개통되면 이곳도 수혜지로 분류되기 때문에 대부분의 땅 시세는 20만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헤럴드경제 객원기자,전원&토지 칼럼리스트 cafe.naver.com/rm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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