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야근·주말근무
잇단 과로사 사회이슈로
노동 착취 때문에 직원의 연쇄 자살사건이 일어난 2010년 폭스콘사건에 이어 고소득 화이트칼라의 과로가 중국에서 심각한 사회 이슈가 되고 있다.
베이징르바오(北京日報)는 화려해 보이는 외양과 달리 잦은 야근과 주말근무로 중국의 젊은 직장인이 심리적 공황상태에 빠져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젊은 직장인의 심각한 과로는 지난 4월 10일 25세의 직장여성 판제(潘潔)의 죽음으로 이슈의 중심에 섰다. 판제는 상하이 명문대인 상하이자오퉁(上海交通)대의 학부와 대학원을 졸업한 후 유명 회계법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에 취업했다. 입사 초기인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그가 마이크로블로그에 올린 글은 평범한 일상사였다. 하지만 1월부터 글이 뜸해진 것과 동시에 “또 야근이다” “지쳤다” “자고 싶다” “산 채로 굶어죽을 것 같다”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그는 4월 10일 급성 뇌막염으로 사망했다.
판제의 죽음이 인터넷에서 알려지자 중국의 젊은 직장인은 남의 일이 아니라며 폭발적인 관심을 드러냈다. ‘제2의 판제’가 될지도 모르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직장인을 공황 상태에 이르게 하고 있다.
대학 졸업 후 꿈에 그리던 외국계 회사에 취업한 장(張) 씨는 매일 밤 11~12시까지 계속되는 야근과 주말 근무 때문에 생기를 잃었다. 그는 중국의 직장인 사이에 유행하는 ‘5+2, 백+흑’이라는 말이 바로 자신의 처지라고 얘기했다. 이는 5일에 2일(휴일)을 더하고, 낮에 밤(야근)을 더해 일을 한다는 뜻이다.
국제회계사무소에서 일하는 쑨(孫) 씨 역시 입사 후 1년 동안 중국의 절반을 누비느라 쉴 틈이 없었다. 고수입이기는 하지만 1년 중 집보다 외지에 있는 시간이 더 많자 그는 13개월을 채우고 사직서를 냈다. 회사가 일을 강요하지는 않지만, 처리를 기다리는 프로젝트가 너무 많아 쉴 수 없는 게 현실이었다.
결혼한 사실을 숨기는 경우도 있다. 대학 졸업 후 IT업체에 들어간 자오(趙) 씨는 사내 커플이지만 행여 승진에 해가 될까봐 결혼 사실을 감추고 살았다. 몇 년간의 고군분투 끝에 승진했지만 이번에는 아이 낳기를 망설이고 있다. 역시 다음 승진을 위해서다.
중국의 직장문화가 경제 고속발전과 함께 급속히 바뀌고 있다. 얼마 전 5ㆍ1 라오둥제(勞動節)를 맞이해 한 여론조사에서 직장인의 70.8%가 과로를 경험했다고 답하는 등 화이트칼라 직장인의 노동 착취도 심각한 상황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한희라 기자/hanir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