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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감원 알고도 모른척.. 저축銀 태연히 돈 펑펑
저축은행의 불법대출 등 경제비리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는 데도 적기(適期)에 제어하지 못한 건 감독의무를 지닌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의 직무유기와 저축은행 임직원들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교묘하고도 복합적으로 버무려진 데 따른 것이라는 사실이 속속 확인되고 있다. 저축은행 검사를 나간 금감원 직원들은 컴퓨터 시스템이 알려주는 부실 정황을 확인하고도 모르는 척 넘어갔고, 이런 묵인 속에 저축은행 직원들은 서민 예금을 물 쓰듯 허비하며 자기 주머니 속으로도 챙겨 넣었다. 금감원과 저축은행간 금품을 매개로 한 유착 가능성이 커지는 이유다.

▶“부실 적발 시스템도, 저축은행 자진신고도 무시”=감사원이 지난 3월 발표한 ‘서민금융 지원시스템 운영 및 감독실태’ 보고서에는 어안이 벙벙해질 만한 금감원의 부실검사 내용이 담겨 있다. 저축은행 검사를 맡은 금감원 검사팀원들은 2007년 3월 구축한 상호저축은행 여신검사 지원시스템 ‘NEW LESS’도 무력화했다. ‘NEW LESS’는 자산건전성 부당분류·출자자대출 등 위법·부당행위를 자동으로 분석해 추출하는 것으로, 저축은행 업계의 자산건전성 부당 분류가 만연하자 이를 바로잡기 위해 개발했다.2009년 부산저축은행 검사를 진행했던 금감원 이모 팀장 등은 이모씨에 대한 여신 57억원이 추정손실 분류 대상임을 ‘NEW LESS’를 통해 단번에 파악했음에도 누락하는 등 차주 21명에 대한 여신 2492억여원의 건전성이 부당 분류됨에 따라 대손충당금 930억원이 부족하게 적립되는 걸 알 수 있는 위치에 있었음에도 입을 닫았다.

금감원 측은 또 저축은행 측에서 자진신고 형식으로 규정을 위반했다고 보고했는 데도 적절한 제재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19개 저축은행이 2005년~2009년까지 매월 업무보고를 통해 ‘영업구역 내 의무여신비율’을 채우지 못했다는 걸 금감원은 파악하고도 불과 1개 저축은행만 제재한 것.

금감원의 허술한 검사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저축은행이 편법으로 국제결재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조작한 것도 묵과했다. 저축은행들은 평소엔 위험가중치가 20% 이상인 금융상품을 운용하다가 BIS 비율을 산정하는 분기 말이 되면 해당 상품을 위험가중치가 0%인 우체국예금으로 일시 예치하는 방법을 사용했던 것. 실제 재무건전성에 비해 BIS비율이 높게 산정되고 결과적으로 저축은행들의 잠재적 부실이 불어나는 걸 방치한 꼴이 됐다.

▶부산저축銀 영업팀 직원들 SPC 통해 예금 빼돌려=하나마나한 검사는 저축은행 임직원의 비리 행태에 날개를 달아준 격이었다. 부산저축은행이 만든 120개 특수목적법인(SPC)은 성공 여부가 불투명한 부동산 사업 등에 ‘올인’했고 여기에 기생하던 직원들만 배를 불렸다. 부산저축은행 영업 1~4팀 직원 20여명은 SPC ‘바지사장’과 임원 추천권을 갖고 있었고 법인 인감 통장 등을 관리하는 등 실질적으로 직접 지배했다. 이런 까닭에 직원들은 SPC 임원들에 친인척을 앉혔고, 임원에게 지급되는 월급(1인당 200만원선)을 나눠 갖는 등 수백억원에 달하는 돈을 빼돌린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SPC 설립 과정에서 명의만 빌린 대표 등 임원에게 최고 200만원의 급여와 4대 보험료를 지급하는 등 연간 130~150억원을 소모했다”고 했다. 이들의 호주머니 속에 들어간 돈은 모두 서민이 맡긴 예금이다.

<홍성원 기자@sw927>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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