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방문 중인 이명박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북한이 국제사회와 비핵화에 대해 확고히 합의한다면 50여개국 정상들이 참석하는 제2차 핵안보 정상회의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초청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독일 베를린 시내 총리 공관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회담을 가진 뒤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그렇게 된다면 북한에 밝은 미래를 보장받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메르켈 총리와의 양자회담에서 유럽연합(EU) 최대 경제 대국인 독일과의 교역ㆍ투자 확대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두 정상은 아울러 녹색성장ㆍ재생에너지 분야의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향후 한반도 통일 정책 추진 과정에 독일 통일 경험이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이날 이 대통령이 밝힌 ‘김정일 초청’ 제안은 정부의 ‘그랜드 바겐(Grand Bargain)’ 정책을 재확인한 것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북한이 비핵화의 의지를 명확히 밝히면 북한이 염려하는 안전보장문제와 경제문제가 동시에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이 대통령의 제안은 미국과 사전조율을 거친 것으로 알려져, 이와 관련된 향후 의미 있는 진전상황이 생길지 주목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과는 (이 제안에 대해) 얘기를 아직 하지 않았고, 미국 백악관측과는 북한 초청문제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이 대통령은 전날 오후 베를린 동포간담회에서도 북한의 핵 보유가 한반도 통일을 지연시킬 것이라며 조속한 통일을 위해 북핵 문제의 해결이 선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핵무기를 갖고 통일됐을 때 이웃나라가 쉽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한반도에 핵이 있다는 것은 통일을 지연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또 “통일비용에 대한 두려움도 있고 그렇지만 대부분의 국민들이 통일은 이뤄져야 한다는 데 이의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통일은 어떤 희생을 무릅쓰더라도 결과론적으로 민족부흥을 지키는 큰 긍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대통령은 “독일 수상은 1989년 1월 베를린 장벽은 50년은 더 갈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10개월 후에 무너졌다”며 “남북통일도 언젠가는 올 것이다. 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북한은 핵을 포기하고 세계에 나와서 중국처럼, 베트남처럼 경제를 살려서 북한 2000만 국민들이 최소한 행복을 가지고 살 수 있게 해야 한다”며 “북한이 언제든지 진정한 마음을 가지고 나오면 대화를 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과 천안함 폭침 사태와 관련, 이 대통령은 “우리는 북한에 대해서 반드시 사과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잘못을 인정해야 똑같은 잘못을 안 한다”며 북한의 사과를 남북대화의 전제조건임을 다시 한번 명확히 했다.
<양춘병 기자@madamr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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