孫대표 애매한 태도 리더십 상처
한ㆍEU FTA(자유무역협정) 국회 비준동의안 처리과정에서 신뢰 문제가 불거지는 등 민주당 손학규 체제가 뜻밖의 암초를 만나면서 크게 흔들리고 있다.
물론 한ㆍEU FTA 비준안 처리를 둘러싸고 여야 협상을 이끈 박지원 원내대표의 매끄럽지 못한 일처리 방식이 불씨가 되기는 했지만 손 대표도 같은 이유로 리더십에 적지 않은 상처를 입었다는 평가다. 여야간 전격 합의와 전격 파기 과정에서 보인 애매한 태도 때문이었다.
FTA는 국가간 약속으로 국익차원의 쟁점이었지만 손 대표는 야당 정파간 이해ㆍ당내 비주류 주류 간 견해차이ㆍ비준안 찬성파와 반대파 간 이해 충돌과정에서 조정 역할에 커다란 한계를 보였다는 것이다. 손 대표는 여야 합의를 이뤄낸 앞선 과정에서 손놓고 지켜만 봤다는 비난이 안팎에서 쏟아지고 있다. 손 대표가 비준안 처리 반대 이유로 내건 야권연대도 국익보다 정파의 이해에 충실한 잘못된 선택으로 명분이 약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한 핵심 당직자는 “이번 사안이 비준안 처리 찬반의 문제가 아니라 후속대책의 문제 중에서도 SSM법의 생존 여부가 뜨거운 감자였는데 이에 대한 해결 방안을 제시하고 이해 충돌을 조정했어야 했다”며 “그런데 사태가 이렇게 될 때까지 손 대표가 어떤 노력을 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당내 전문가 그룹 사이에선 비준안이 처리되면 지난해 11월 소상공인을 보호하려고 제정된 유통산업발전법(SSM 규제법)이 무력화 된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던 게 사실이다.
민주당이 한나라당과의 합의를 깨고 한ㆍEU FTA 본회의 처리를 보이콧하면서 입장이 곤란해진 손학규(맨오른쪽) 대표가 6일 최고위원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옆에는 한ㆍEU FTA 반대를 주도한 정동영 최고위원. 양동출 기자/dcyang@heraldcorp.com |
물론 이번 사태는 당의 총제적 문제점이 한꺼번에 드러난 결과였다는 분석이다. 비주류도 비준안 반대가 주류 견제 측면이 컸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특히 정동영 최고위원은 과거 열린우리당이 집권여당이던 시절에는 FTA 찬성론자였지만 반대를 주도했다.
한 외통위 관계자는 “야당의 역할은 시민단체식의 FTA 반대 목소리만 내는 게 아니라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당은 앞서 외통위에서 비준안이 처리되기 전까지 각 상임위별로 제대로 대책을 점검한 적이 없었고 왜 몸으로라도 막지 않았느냐는 책임 추궁만 하더라”고 말했다. FTA 비준 동의안 문제가 민주당의 발목을 잡음에 따라 4ㆍ27 재보선 효과는 상당부분 반감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주목된다.
심형준 기자/cerj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