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EU FTA(자유무역협정)국회 비준동의안 처리과정에서 신뢰문제가 불거지는 등 민주당 손학규 체제가 뜻밖의 암초를 만나면서 크게 흔들리고 있다.
물론 한ㆍEU FTA 비준안 처리를 둘러싸고 여야 협상을 이끈 박지원 원내대표의 매끄럽지 못한 일처리 방식이 불씨가 되기는 했지만 손 대표도 같은 이유로 리더십에 적지 않은 상처를 입었다는 평가다. 여야간 전격합의와 전격 파기 과정에서 보인 애매한 태도 때문이었다.
FTA는 국가간 약속으로 국익차원의 쟁점이었지만 손 대표는 야당 정파간 이해ㆍ당내 비주류 주류간 견해차이ㆍ비준안 찬성파와 반대파 간 이해 충돌과정에서 조정 역할에 커다란 한계를 보였다는 것이다.
손 대표는 여야 합의를 이뤄낸 앞선 과정에서 손놓고 지켜만 봤다는 비난이 안팎에서 쏟아지고 있다. 손 대표가 비준안 처리 반대 이유로 내건 야권연대도 국익보다 정파의 이해에 충실한 잘못된 선택으로 명분이 약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한 핵심 당직자는 “이번 사안이 비준안 처리 찬반의 문제가 아니라 후속대책의 문제 중에서도 SSM법의 생존 여부가 뜨거운 감자였는데 이에 대한 해결 방안을 제시하고 이해 충돌을 조정했어야 했다”며 “그런데 사태가 이렇게 될 때까지 손 대표가 어떤 노력을 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당 내 전문가 그룹 사이에선 비준안이 처리되면 지난해 11월 소상공인을 보호하려고 제정된 유통산업발전법(SSM 규제법)이 무력화 된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던게 사실이다.
물론 이번 사태는 당의 총제적 문제점이 한꺼번에 드러난 결과였다는 분석이다. 비주류도 비준안 반대가 주류 견제 측면이 컸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특히 정동영 최고위원은 과거 열린우리당이 집권여당이던 시절에는 FTA 찬성론자였지만 반대를 주도했다.
한 외통위 관계자는 “야당의 역할은 시민단체식의 FTA 반대 목소리만 내는 게 아니라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당은 앞서 외통위에서 비준안이 처리되기 전까지 각 상임위별로 제대로 대책을 점검한 적이 없었고 왜 몸으로라도 막지 않았느냐는 책임 추궁만 하더라”고 말했다. FTA 비준 동의안 문제가 민주당의 발목을 잡음에 따라 4ㆍ27 재보선 효과는 상당부분 반감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주목된다.
<심형준 기자 @cerju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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