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남측에 적극적인 대화공세를 폈던 북한이 최근 침묵 분위기로 태도를 바꾸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지난 2월부터 북한이 우리측에 끈질기게 요구했던 귀순자 송환 문제는 납북자와 국군포로 문제를 함께 논의하는 적십자 실무회담을 4일 열자는 정부의 역제의에 북한이 끝내 침묵하면서 남북 당국간 접촉이 무산됐다. 북한은 또 백두산 오는 11~13일 서울 또는 평양에서 백두산 화산 전문가 학술토론회를 개최하자는 우리측 제의에 대해서도 6일 아침까지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백두산 화산 문제를 먼저 꺼내고, 학술토론회와 공동답사 등을 우리측에 먼저 제안했던 이전과는 사뭇 달라진 태도다. 북측은 지난달 말 동해 표기와 관련해 공동대처에 나서자고 우리 측 동북아역사재단에 제안했지만 5월 중순 개성에서 남북협의를 하자는 우리 측 제안에 답을 주지 않고 있다.
통일부 관계자는 “5일까지 백두산 화산 학술토론회와 동해 표기 관련 남북협의 제안에 대한 북한의 반응이 없었다”면서 “일단 좀 더 기다려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무산된 적십자 실무접촉과 관련해 북측에 다시 제안할 계획은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남북 간 연락 채널인 판문점이 휴일과 주말에 업무를 보지 않는다는 점과 행사 준비 등을 고려하면 남은 시간은 별로 많지 않다.
북한이 이처럼 태도를 바꾼 것과 관련,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 이후에도 천안함ㆍ연평도 사태에 대한 북한의 선(先) 사과를 요구하는 우리 정부의 태도에 변화가 없자 대남전술의 방향을 바꾼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북한 소행으로 드러난 농협 해킹 사건이 북한이 침묵하던 기간 중 발생한 것은 대남전술 변화를 시사하는 것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카터 방북 이후에도 남측에서 북측에 진정성을 계속 요구하자 그동안의 대화모드에 대해 다시검토하고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곧 단행될 개각에서 통일부 장관 등 일부 외교안보라인 교체와 오는 8∼14일 유럽 3개국을 순방하는 이명박 대통령이 독일 베를린에서 ‘중대 발언’을 할 가능성 등을 염두한 숨고르기라는 분석도 있다. 여기에 중국 우다웨이 한반도문제 특별대표가 조만간 평양을 방문할 예정인 만큼, 남한 내 정세 변화를 고려하면서 전반적인 남북관계에 대한 전략 재조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안현태 기자 @godmarx>pop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