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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인호의 전원별곡]제3부 전원일기-(8)초기 전원생활=극기훈련? 도시인에서 자연인으로 거듭나기
“무섭고 외롭지 않나요?”

지난 22년간의 직장생활(신문기자)을 접고 강원도 홍천 산골에 ‘인생2막’의 둥지를 튼 지도 벌써 7개월째. 오지 여행하듯 구불구불한 산길을 돌고 돌아 홍천 보금자리를 찾아준 친척과 지인들, 그리고 옛 동료들이 빼놓지 않고 던지는 질문이다.

첩첩 산중의 산골마을에서도 후미진 곳에 외따로 떨어져 있으니, 도시생활에 익숙한 그들의 눈에는 당연히 무섭고 외로울 수밖에 없으리라. 더구나 이 시골집은 첨단 방범시설이 갖춰진 별장형 전원주택과는 아예 거리가 멀다. 시골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한 집인데 울타리도 방범창도 없다.

앞마당에 차를 대고 내릴 때, 호기심에 반짝이던 그들의 눈에선 이내 약간의 실망감과 안쓰러움이 살짝 교차하며 지나간다.

하지만 산골 전원생활은 정말 무섭지도 외롭지도 않다. 불야성의 도시와는 달리 일찌감치 내리깔리는 어둠과 심지어 자욱한 밤안개조차도 무섭기는커녕 아늑하다는 느낌이다.

자연은 정말 엄마의 품속처럼 포근하기만 하다. 창밖으로 보이는 밤하늘의 별을 헤다 잠들고, 아침을 깨우는 따사로운 햇살과 이름 모를 새들의 노랫소리, 싱그러움을 뿜어내는 우거진 숲과 졸졸 속삭이는 맑고 투명한 실개천. 이런 자연과의 대화가 항상 열려있는데 무섭고 외로울 리가 있겠는가.

그래서 이미 오래 전에 귀농해 산골지기가 된 이들은 말한다. “아, 사람이 무섭지, 뭐가 무서워?”

맞다. 도시건 시골이건 무서운 건 사람이지 자연이 아니다.

도시인들은 시골에서의 전원생활이 늘 여유롭고 낭만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콘도나 펜션, 민박 등을 통해 잠깐 잠깐 맛보는 전원여행 또는 전원휴식을 전원생활로 착각하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정작 시골에 정착하기 위해 발을 들여놓는 순간 낭만적이고 목가적인 전원생활에 대한 환상은 여지없이 깨진다. 특히 농사를 지어 소득을 올려야 하는 생업형 전원생활(귀농)은 어찌 보면 도시생활보다 더 치열한 삶의 현장이자 현실이다. 씨 뿌리고 갈무리 하는 봄부터 늦가을까지 농촌생활은 그야 말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농한기인 겨울에도 추위와 힘겹게 싸워야 한다. 온 세상을 아름답게 물들이는 순백색의 눈이 비닐하우스와 천막창고를 파괴하는 ‘눈폭탄’으로 돌변하기도 한다. 얼어붙은 빙판길은 오도 가도 못하게 발을 묶어 버리고, 크고 작은 차량 사고를 일으킨다.

단지 낭만적이고 목가적인 전원생활만을 꿈꾸며 시골로 들어올 경우 결국 적응에 실패하고 다시 도시로 발길을 돌리기 십상이다. 인스턴트식의 편리한 도시생활이 몸에 배어 있어 시간이 흐를수록 이래저래 시골생활의 불편이 크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3년여의 준비기간을 거쳐 이제 시골살이 7개월째에 접어든 ‘초보’지만, 전원생활을 준비중이거나, 막 시작하려는 이들에게 초기의 적응기는 낭만과 여유 보다는 차라리 군대식 극기훈련의 과정으로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고 충고하고 싶다. 이를 통과해야만 비로소 ‘도시인’에서 ‘자연인’으로 거듭나고, 진정한 전원생활의 여유로움, 그 느림의 미학을 체득하게 될 것이란 생각이다.

(헤럴드경제 객원기자,전원&토지 칼럼리스트 cafe.naver.com/rm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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