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태는 오래된 관행”
철저 조사·대응 지시
낙하산 감사도 강력비난
이명박 대통령이 4일 오전 예정에 없이 금융감독원을 방문한 것은 저축은행 불법 예금 인출 사태의 정치적 폭발력을 감안한 전격적인 행보다. 현장에서 이 대통령은 당국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강하게 질타하면서 이번 사태를 철저히 조사하고 대응하라고 엄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을 방문한 이 대통령은 대책을 보고받는 한편 국실장급 고위 관계자들을 상대로 특별정신 교육까지 실시했다.
현직 대통령으로선 매우 이례적이다. 그만큼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반증이다.
금감원 모 고위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국실장급 특별교육에서 (부산)저축은행 사태에 대해 국민들이 분노하는 만큼 나도 분노하고 있으며, 이는 공정하지 못한 처사라고 지적했다”며 “이번 불법 비리 사태는 그 동안 금감원 내 오래된 관행과 조직적 비리가 밝혀진 것이며, 이번에 깨끗이 개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고 말했다.
또한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 퇴직 후 피감기관 감사로 이동하는 이른바 ‘낙하산 감사’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은 강하게 질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금감원 직원들이 퇴직 후 다른자리를 준비하는 것은 나쁜 관행이며, 금융감독원이 비리를 방조하고 도와주기까지 하는건 문제”라며 “조직의 최대 위기라고 강조했다”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번 사태가 공정사회와 친서민 기조를 앞세워 집권 4년차 ‘일하는 정부’를 구상해온 이명박 정부에 치명적인 악재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
저축은행의 부실과 비리는 차치하고라도, 은행 측이 VIP고객과 서민고객을 차별함으로써 이 대통령이 강조한 공정사회 기조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국정 우선순위인 서민경제의 주름살을 깊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사태의 진원이 부산이라는 점은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로 가뜩이나 뿔난 부산ㆍ경남(PK) 민심에 불을 지른 격이다.
사태를 조기 수습하지 못할 경우 정부의 국정장악력 약화는 물론,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반(反)MB 정서가 결집될 가능성마저 배제하기 어려운 형국이다.
이에 따라 이명박 정부의 친서민 행보는 앞으로 더욱 강력한 드라이브 속에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저축은행 사태에 대한 조사 결과와 1차 대응책이 마련되는 대로, 친서민 정책의 현실 괴리감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집중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춘병ㆍ김양규 기자/y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