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마 빈 라덴의 사살이 미국 외교 정책에 가져올 변화에 외교가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 국방ㆍ외교력의 대부분을 차지해온 대 테러 전쟁이 반환점을 돈 만큼, 한반도 및 동북아에서 미국이 영향력 확대를 시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미국은 중동 테러 전쟁의 최일선인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국방, 치안을 현지 정부에 이양하고, 군대 대부분을 단계적으로 철수시키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10여 년간 막대한 돈과 자원이 이들 지역에 집중됐던 비정상적인 상황을 마감하겠다는 의미다.
이 같은 미국의 변화는 한반도 정책에도 간접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미국은 이라크, 아프간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확보하는 정책을 펴온 바 있다. 즉 고정적으로 배치되있던 주한 미군을 필요에 따라 중동으로 전환 배치할 수 있다는 시그널을 종종 보냈던 것이다.
하지만 중동 전쟁의 마감으로 다시 한반도 및 동북아 영향력 유지에 보다 큰 힘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본의 대지진, 그리고 중국의 군사적 팽창 움직임은 미국으로하여금 주한미군 및 동북아 동맹 강화에 필요성을 더욱 느끼게 만들고 있다.
반면 미국 내 정치 흐름을 유심히 관찰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 외교 전문가는 “미국 중간 대선의 이슈 중 하나가 국방비 감축”이라며 “중동 테러 전쟁 마무리로 생긴 여력을 한반도로 돌릴 가능성은 낮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즉 북한을 중심으로 중국, 한국, 일본 등이 팽팽한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한반도에서 단 시간 내 직접적인 행동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편 한ㆍ미 양국은 이날 서울에서 제2차 핵안보정상회담을 위한 사전 준비 접촉에 나섰다. 테러 조직의 핵 무장 방지에 초점을 맞추고 핵안보정상회의를 주도해왔던 미국이, 빈 라덴 사살 이후 처음 갖는 회의로 향후 미국의 대외 정책 변화를 엿볼 수 있는 계기라는게 외교가의 분석이다.
<최정호 기자@blankpress> choij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