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ㆍ11 테러의 배후로 지목되고 있는 오사마 빈 라덴의 사살 소식이 전해진 1일 밤 미국 전역은 환호성에 휩싸였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특별성명을 통해 빈 라덴의 사망을 공식 발표하는 동안 미 전역에서 시민들이 집 밖으로 뛰쳐나와 “유에스에이(USA)” “예스 위 캔(Yes, we can)” 등을 회치며 환호했다. 특히 당시 테러로 무역센터 건물의 터만 남은 뉴욕의 ‘그라운드제로’에는 자정이 가까운 시간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이 몰려들어 성조기를 흔들며 승리의 기쁨을 나눴다. 이번 소식을 듣고 그라운드제로로 달려 왔다는 한 젊은이는 “특히 뉴욕 시민들에게는 의미 있는 소식이어서 뛰쳐나왔다”면서 “TV에서 대통령 담화문을 듣는 것보다 현장에 나와 사람들의 외침을 듣는 것이 더 뜻깊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뉴욕 타임스퀘어에 모인 100여명의 시민들은 환호하며 휴대전화로 빈 라덴의 사망 소식을 알리는 브로드웨이의 광고판 자막을 사진으로 찍는 등 환호했다. 인근 호텔에서 휴식을 취하던 관광객들도 밖으로 나와 미국민들과 함께 기쁨을 나눴다. 남편과 함께 타임스퀘어를 찾은 뉴욕 시민 스테이시 벳사렐은 “(빈 라덴 사살이) 미국민을 더 안전하게 만들어줄 지는 잘 모르겠으나 전 세계 테러리스트에 분명한 메시지를 전할 것”이라면서 “그들은 반드시 잡힐 것이고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외쳤다. 타임스퀘어를 지나가던 경찰차 한 대는 창문을 열고 백파이프 소리를 냈고, 차에 탑승하고 있던 경찰관들은 주먹을 쥐고 하늘로 높이 들었다.
9ㆍ11 테러 생존자인 해리 와이저는 뉴욕타임스와의 통화에서 한 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가 “이번 일이 미래에 무고한 한 사람의 목숨을 구할 수 있다는 뜻이라면 기쁘다”고 입을 뗐다. 9ㆍ11 테러 당시 구출작업에 참여한 케네스 스페치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오늘밤 미국인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럽다”면서 희생자들에게 추모의 뜻을 전했다. 이밖에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에도 빈 라덴의 사망을 알리는 메시지와 축하글이 넘쳐났다. 미국 방송들은 일제히 정규방송을 중단한 채 빈 라덴 사망 소식을 긴급타전하고 빈 라덴의 일생과 9ㆍ11 테러 등을 담은 특별 방송을 편정했다.
한편 빈 라덴 사망으로 보복 테러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미 국무부는 자국민에게 여행주의보를 발령했다.
유지현 기자/prodig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