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유가, 곡물가격이 급등하면서 상품가 상승이 5개월 연속 주식ㆍ채권ㆍ달러 상승률을 넘어섰다. 이는 1997년 이래 처음으로 세계 경제 회복세에 따른 원자재 수요 증가에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경기부양 의지를 천명한 것이 배경으로 분석된다.
2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24개 상품가를 반영한 스탠더드앤푸어스(S&P) GSCI 지수는 지난 4월에만 4.4% 상승해 8개월째 상승랠리를 이어오며 2008년 10월 이래 최고점을 찍었다. 이에 비해 MSCI 주가지수는 지난해 12월 이래 3.9% 상승했으나 상품가 상승세를 따라잡지 못했고, 같은 기간 미 달러인덱스는 3.9% 하락해 33개월 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의 글로벌브로드마켓인덱스에 따르면 이 기간 채권 수익률은 평균 0.9% 올랐다.
US글로벌인베스터의 에반 스미스는 “상품가 고공행진의 주 이유는 달러 약세”라면서 “향후 3~6개월 내 달러 방어벽이 나타나지 않을 것이며 상품값 강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29일 달러인덱스는 장중 72.92를 기록해 지난해 9월 이래 가장 낮았다. 특히 지난 29일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긴축은 당분간 없을 것”이라 밝히면서 결정적으로 달러 약세에 기름을 부었다. 이는 달러의 돈줄을 당분간 조이지 않겠다는 의미여서 달러 대신 금, 원유 등 상품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급증했다.
이에 따라 금값 및 은값 러시는 계속되고 있다. 29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금 6월물 선물 가격은 25.20달러(1.6%) 오른 온스당 1556.80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한주 동안만 전주 대비 3.5% 올랐고 전달 대비로는 8.1%나 뛰었다. 2010년 2월 이후 최고 증가세다. 은 7월물도 2.2% 상승한 48.599달러를 기록해 한달 간 28% 폭등했다. 옥수수와 밀, 대두 등 주요 곡물 가격 역시 기상 여건 악재까지 겹쳐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옥수수 5월 인도분 선물 가격은 3.7% 오른 부셀 당 7.565달러, 대두 5월 인도분 선물 가격은 3.0% 오른 부셀 당 13.94달러를 기록했다.
달러 약세에 중동 지역 정정불안의 우려가 커지면서 GSCI 지수의 절반 이상을 구성하는 국제 유가는 지난 한 달 간 7% 가까이 오르며 8개월 연속 상승 랠리를 이어갔다. 29일 뉴욕에서 거래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6월 인도분 가격은 1.0%오른 113.93달러를 나타냈다. 이는 종가기준으로 지난 2008년 9월22일 이후 31개월래 최고치다. 원유 수요는 계속 오르고 있으나 공급이 부족한 것도 원유 가격을 부채질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은 2분기 원유 소비량을 3.2% 늘리고 연말까지 이러한 추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그러나 리비아의 일일 원유 생산량은 지난 2월 139만 배럴에서 3월 39만 배럴로 70% 이상 감소했다.
메튜 지만 킹스뷰 파이낸셜 투자전략가는 “당분간은 달러 약세가 지속될 것이다”라며 “귀금속이 가장 적합한 투자처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유지현 기자/prodig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