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부·현장계파간 이견
노사상견례 일정도 못잡아
금속노조 현대자동차 지부가 대의원대회 중단으로 올 임금 및 단체협상 요구안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 탓에 5월이 되도록 사측에 단협 요구안을 전달하지 못해 상견례 일정조차 잡지 못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이는 현대차노조 집행부가 6개 지회와 합의해 마련한 요구안 초안에 들어있는 내용 대부분이 임시대의원대회에서 거부된 데 따른 것이다. 이제까지는 노조 집행부가 지회와 안건을 협의해 초안을 마련하면 대의원대회에서 내용을 수정ㆍ보완해 확정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올 임시대의원대회에서는 대의원들이 집행부가 마련한 요구안 중 ‘고용세습’을 명문화하는 단협 개정안과 금속노조가 직접 협상을 진행하는 임협안 등 일부만 수용하고 나머지 대부분은 거부했다. 대신 대의원들이 이전 단체협약 내용을 일일이 검토하는 이른바 ‘전장축조심의’를 통해 단협 요구안을 직접 마련키로 했다.
문제는 현대차노조 대의원들이 다양한 현장조직 출신들이어서 단협 개별 조항에 대한 이해관계가 달라 합의가 여의치 않다는 점이다. 더욱이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논의 진행 자체가 어려워 대의원대회가 중단되기에 이르렀다.
노조가 요구안 마련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사측도 애를 태우고 있다. 올 9월 노조 지부장 선거가 예정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협상이 더뎌질 경우 예상치 못한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협상이 일정대로 진행되기를 바라지만 노조에서 요구안을 마련할 때까지 사측이 할 수 있는 일은 기다리는 것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충희 기자/haml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