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카터가 전한 남북대화 제안 평가절하
“원론 수준…구체행동 필요”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전달한 남북 정상회담 및 대화 제안에 대해 우리 정부는 보다 구체적인 내용이 필요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29일 외교통상부 고위 관계자는 “카터 전 대통령이 전한 북한의 메시지는 새롭게 받아들인 만한 것은 아니다”며 “이런저런 경로를 통해 들어 알고 있던 것이며, 이미 나름대로 알아보고 접촉도 해봤으나 잘 안 됐던 경위도 있어 새로운 뉴스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정상회담을 포함한 남북 대화 용의가 있다는 김정일의 뜻을 간접적으로 전한 카터 전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한 우리 정부의 공식 반응인 셈이다.
정상회담 또는 남북 핵 회담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북한이 보다 구체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의 대화 제안은 너무 원론적인 이야기”라며 “우리가 지난해부터 이야기한 핵 회담 등 남북대화 제안에 대한 답이 없고 그냥 대화할 수 있다는 수준에 불과하다”고 카터 전 대통령이 전한 메시지의 과대평가를 경계했다. 북한 당국이 밝혔다는 천안함 및 연평도 사태에 대한 유감 표명에 대해서도 같은 입장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 “유감 표명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고, 정교하게 이야기돼야 할 부분”이라며 “지나가는 말 수준으로 넘어갈 수 없다”고 밝혔다.
카터 전 대통령이 시급성을 강조한 대북 식량 지원 문제에 대해서도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 “북한의 식량 수입액보다 자동차 수입액이 더 큰 상황이 몇 해째 반복되고 있다”며 “카터 전 대통령의 반응도 직접 본 것보다는 국제기구의 보고서에 기반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으며, 정부도 이 보고서와 관련해 평가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남북대화 및 한반도 현안에 대한 카터 전 대통령이나 엘더스 그룹의 이해는 적은 편”이라며 “우리의 입장을 충분히 설명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카터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을 떠났으며, 나머지 엘더스 그룹 관계자들도 각자 비행기편을 이용해 서울을 떠날 예정이다. 엘더스그룹은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이른 시간 내 남북 대화 재개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는 내용의 평양 및 서울 방문 결과 관련 논평을 냈다.
최정호 기자/choij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