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28일 4ㆍ27 재보궐 선거에서 참패의 책임을 지고 안상수 대표 등 지도부가 전원사퇴, 내주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이날 지도부 사퇴에 따라 여권 유력 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의 역할론이 급부상하면서 이명박 정부의 ‘레임덕(권력누수 현상)’이 조기에 불거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패배의 충격으로 여권 핵심부를 중심으로 ‘젊은 대표론’이 떠오르고 있다.

안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심에 따라 당을 쇄신하기 위해 다음 주 비대위를 구성하고 최고위원이 모두 사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안 대표는 “당이 환골탈퇴하지 않고는 국민 신뢰받기 어렵다는 것을 알았다”며 “지도부가 모두 책임을 통감하고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내 소장파 의원들은 지도부 사퇴로는 민심이반을 원상태로 돌리기 불가능하다고 발발, ’창조적 파괴’수준의 쇄신책을 요구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소장파 의원들은 당ㆍ정ㆍ청 관계의 전면개편, 당의 근본적 체질개선, 당내 의사소통 구조 변혁 등을 일제히 요구했다.

당내 개혁성향 초선의원 모임인 민본21은 이날 정례회의를 열어 원내대표 경선 연기, 당 개혁 논의를 위한 연찬회 개최를 주장했다. 모임 간사인 김세연 의원은 “당이 지금 충격에 빠지기보다 새로운 방향을 설정하는게 중요하다”며 “정치개혁 과제와 주요 정책에 대해 국민의 눈높이와 동떨어져있는 것은 조속히 점검해서 재정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내년 국회의원 선거와 대통령 선거에 대비, 다음달 전당대회에서 ‘젊은 대표론’을 중심으로 강력한 세대교체를 요구할 것으로 보여 중진의원들과 마찰이 예상된다.

박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한구 의원은 이날 “이제는 주류와 비주류 화합하는 모습을 보이고 그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표의 활동을 촉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홍준표 최고위원도 이날 한 강연에서 “지금은 ‘박근혜 시대’”라며 “박 전 대표의 대체제가 되겠다는 사람은 많은데 내 눈에는 아직 그런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번 재보선이 결과에 따라 향후 정부의 주요 국정운영도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재보선 이후 정부가 추진하려고 했던 한ㆍ미 FTA(자유무역협정) 비준이나 과학벨트 분산 등 국책사업 전반이 재검토 작업에 들어갈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도 나완다.

이상화 기자/sh9989@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