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호(號)가 4ㆍ27 재보선에서 확인된 민심의 반란으로 엄청한 후폭풍에 휩싸였다. 계파별로, 지역별로, 소장파와 중진 의원들간 그동안 수면아래 있던 갈등이 한꺼번에 폭발했다. 28일 아침 안상수 대표 등 당 지도부가 총사퇴 결정을 내리고 수습에 나섰지만, 선거 참패에 대한 당내 비난 여론은 오히려 증폭되고 있다. 재창당 수준의 당의 전면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는 한편 향후 공천책임론까지 제기되면서 여권내 권력암투가 전개될 조짐이고, 당장 코앞으로 다가온 원내대표 경선을 두고서도 팽팽한 의견대립이 펼쳐지고 있다.
당내 개혁성향 초선의원 모임인 ‘민본 21’은 28일 회동을 갖고 재보선 패배의 원인규명과 대책을 의논했다. 이 자리에서 권영진 의원은 “당이 기득권에 안주하는 이런 행태를 벗어내지 못하면 적당히 당지도부를 교체하는걸로 신뢰를 받을 수 없다”며 “전면적으로 쇄신하는 새로운 길, 새로운 한나라당이 국민에게 희망을 드리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성식 의원은 “당ㆍ정ㆍ청의 환골탈태는 계속 주장해왔으나 관철되지 못했고, 그것이 신뢰를 잃는 것이 됐다”며 “특히 청와대가 호루라기 불면 된다는 ‘호루라기 정치’를 청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어제 선거에서 국민들은 마지막 옐로드를 보냈는데, 만일 이번에도 깨닫지 않으면 우리에게 레드카드를 주실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효재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재보선 결과에 대해 “당 입장에서는 일본 동북부 쓰나미 정도로 충격이 크다”며 “특히 분당 패배는 한나라당 전통 지역기반이 무너진 것 아닌가하는 두려움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내 계파분란 등에 대해 국민들이 강한 메시지를 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여옥 의원은 자신의 홈페이지 글을 통해 “한나라당은 냉정히 계산하고 되돌아봐야 한다. 제 본분을 다하지 못하는 한심한 당에 어찌 표를 주겠느냐”면서 “한나라당은 재창당돼야 한다. 창조적 파괴만이 답”이라고 말했다. 친박(친박근혜) 성향의 이한구 의원도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재보선 결과에 대해 “전반적인 민심기반을 가장 확실하게 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달 2일로 예정된 원내대표 경선을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김성태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어제 선거 결과를 보면 지금까지의 자기 검열방식으로는 안된다고 생각하고, 당 내부의 문제와 당ㆍ정ㆍ청의 모든 문제를 아울러 원내사령탑 선출 문제를 본다면 5월 2일 선출은 이른감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안상수 대표 등 기존 지도부에서는 당헌ㆍ당규 원칙에 따라 결정된 경선일자를 결코 연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한나라당 텃밭인 성남 분당을에서의 패배와 관련, 공천에 대한 책임 공방도 불거질 전망이다.
<서경원 기자 @wishame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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