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청간 소통강화 주력”
박前대표와 관계설정 고심
4ㆍ27 재보선 결과, 차기 대권 유력 주자인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급부상으로 권력 지형이 현재에서 미래를 향해 급속히 기울면서 임기 말로 접어든 이명박 대통령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여권 일각에서는 공공연히 ‘박근혜 시대’가 거론되고 있으며, 벌써부터 선거 패배의 책임을 물어 대통령 탈당 압력이 제기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 같은 기류를 조기에 차단하지 않고서는 정부가 올 상반기 목표로 추진해온 각종 외교ㆍ국방 개혁과 한ㆍ미 FTA 비준, 과학벨트 및 LH 이전 등의 국정 현안은 용두사미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일하는 정부’를 표방하며 집권 4년차의 문을 연 이 대통령으로서는 당내 확산 조짐이 보이는 레임덕 차단이 급선무가 된 셈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28일 선거 결과에 대해 “국민의 뜻을 무겁고 무섭게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청와대 직원들의 긴장감을 강조한 것도 이런 배경과 무관치 않다.
이 대통령은 당면과제로 당과의 관계 개선에 주력할 방침이다. 여기에는 당이 청와대를 흔들기 시작하면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절박한 심정이 배어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28일 “그동안 청와대의 일방통행으로 지적받아온 당ㆍ청 간 불균형한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박근혜 전 대표와의 회동 등을 포함한 여권 통합 노력과 소통 강화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래 권력인 박 전 대표를 국정 파트너로 인정하고 협력함으로써, 당내 내홍과 갈등 소지를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이는 향후 정권 재창출과도 맞물리는 것으로, 손학규 대표가 야당의 유력 후보로 급부상한 데 따른 대응의 일환이기도 하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민심이반이라는 결과에 승복하며 서민경제를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그동안 미뤄왔던 개각도 애초 예상보다 이른 5월 초에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 이만의 환경부,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의 교체가 유력한 가운데 현인택 통일부,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교체 카드의 마지막 선택지에 올라와 있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유임 쪽으로 기울고 있다.
농식품부 장관 후임으로는 친이계 홍문표 한국농어촌공사 사장과 친박계 이계진 전 의원, 류성걸 기획재정부 제2차관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환경부 장관 후보에는 박승환 한국환경공단 이사장과 박석순 이화여대 교수 등이, 국토부 장관 후임으로는 류우익 전 주중대사 외에 최재덕 대한주택공사 사장, 김건호 수자원공사 사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통일부 장관이 바뀐다면 류 전 주중대사가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가운데 남성욱 국가안보전략연구소장의 이름도 나온다. 기획재정부 장관에는 백용호 청와대 정책실장이 하마평에 오르내린다.
양춘병 기자/ya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