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과 대선의 전초전 성격의 4ㆍ27 재보선 결과는 여당의 참패였다. ‘미래권력 1순위’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다시 주목받으며 쏠림현상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박 전 대표에게 이번 선거결과는 그리 달갑지 않다. 몇차례 방문했던 강원도에서 패하는가 하면 금배지를 거머쥐며 급부상한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 1대 1 대권구도가 만들어질 조짐이 보인다. 또 친이계 차기 유력 주자로 거론된 김태호 전 국무총리 후보자도 중앙무대에 깃발을 꽂았다.

때문에 대권가도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 평창동계올림픽유치특위 고문을 맡았다. 강원에서 여당이 패배했다는 점으로 미뤄 내년 대권가도에 일정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대권가도에 상처를 입었더라도 당내 실익을 챙겼다는 분석이 부쩍 많아지고 있다. 그는 4ㆍ27 재보선과 거리를 뒀다. 여권의 끈질긴 구애에도 박 전 대표는 당 차원의 지원유세에 합류하지 않았다.

재보선은 집권여당에 무덤이었다. 정권심판 파고를 넘기란 쉽지 않다. ‘선거의 여왕’ 박 전 대표의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한나라당 지도자로서 그의 역할에 불만을 제기하는 세력이 적지 않다. 원망의 목소리다.

배상만 리서치앤리서치 여론조사본부장은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의 참패 분위기 속에서 침묵으로 실익을 얻은 것이 아닌가”라고 했고, 김대진 정치 컨설턴트는 “이명박 대통령의 레임덕 가속화와 선거 패배에 따른 친이계 책임론은 상대적으로 박 전 대표의 당내 위상을 더욱 강화시킬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박 전 대표의 역할론이 분출되면서 여권의 중심이 미래권력으로 급격하게 이동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선거패배 책임으로 친이계가 급격히 세를 잃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여권의 위기는 박 전 대표에게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손 대표의 급부상에 따른 대권가도 재정비와 당내 역할론을 기대하는 목소리에 부응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선거 패배로 여권이 요동치는 가운데 박 전 대표는 이날부터 다음달 8일까지 이명박 대통령의 특사로 네덜란드와 포르투갈, 그리스 방문길에 올랐다.

<조동석 기자 @superlet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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