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민심의 흐름을 읽을 가늠자로 여겨져온 4.27 재ㆍ보궐선거 결과, 민주당 손학규 대표와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의 희비가 극명히 엇갈려 눈길을 끈다.
손학규 대표는 여당의 전통적인 텃밭이자 최대 승부처로 꼽혀온 경기 분당을 국회의원 보선에서 당선됨에 따라 위상이 한층 높아졌다. 야권 대권 주자의 면모를 갖추는데 날개를 달았다는 평가다. 반면, 유시민 대표는 경남 김해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패배, ‘친노(親盧) 정당’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인 김해에서 패배했다는 점에서 큰 타격을 입게 됐다.
▶‘날개 단’ 손학규...대권행보 빨라진다?
손 대표에게 분당을 출마는 모험에 가까웠다. 분당을 지역은 제2의 강남으로 불리는 한나당의 텃밭으로, 살아 돌아오지 못하면 정치인생을 마감해야 할지도 모험을 무릅 쓴 것이다. 더욱이 지난해 10월 당 대표 취임 이후 반짝했던 지지율은 조정국면을 거치면서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에게 1위 자리를 내줬다.
야권 내 다른 대권 주자들은 손 대표에게 견제구를 던졌고, 한나라당 출신이란 꼬리표는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당 장악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반면 여권의 차기 유력주자인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는 ‘한국형 복지’를 앞세우며 대권을 향해 시동을 걸었다.
손 대표는 돌파구를 찾아야 했다. 그는 낮은 자세를 강조했다.
지난해 한나라당의 예산안 강행처리 이후 돌입한 장외투쟁에 이어 올 초 ‘국민과 함께하는 희망 대장정’ 강행군을 펼치며 바닥민심을 다졌다. 제1 야당 대표로서 강성 이미지 구축에도 공을 들였다. 손 대표 핵심 측근은 “악수 한번 한다고 지지율이 올라가는 게 아니다”며 손 대표가 조바심을 내지 않는다고 했다.
결국 기회는 찾아왔다.
한나라당이 분당을 공천을 놓고 극심한 내분에 빠지자 손 대표는 분당을 출마를 저울질하기 시작했다. 한나라당 후보가 강재섭 전 대표로 기울자 사지(死地)에 뛰어들기로 결정했다.
분당을 승리로 손 대표는 이제 ‘국회의원 당선자’ 타이틀을 거머쥐게 됐다. 원외대표라는 약점은 말끔히 사라졌다. 정치인생을 걸고 출마한 만큼 ‘한나라당 출신’이란 꼬리표는 더 이상 그를 옥죄지 않게 됐다.
손 대표는 이제 본격적으로 대권행보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원내에 진입하면서 정책 결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게 됐고, 상임위 활동을 통해 향후 대권을 염두에 둔 정책 개발도 더 활발해질 전망이다.
▶‘추락하는’ 유시민...어디로?
4.27재보선은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에게는 큰 충격을 안겨줬다. 그가 4.27 경남 김해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패배한 것은 ‘친노(親盧) 정당’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인 김해에서 패배한 것이어서 큰 파장이 예상된다.
이번 결과는 당장 야권내 차기 대선주자 중 지지도 1위를 달려온 그에게 적신호가 될 전망이다.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경호실장’으로 불리는 유 대표는 당장 친노 분열의 책임론에 직면할 전망이다. 지난해 6.2 지방선거와 7.28 재보선에 이어 이번 김해을 야권연대 협상을 잇따라 거치면서 민주당 쪽 친노 세력과 유 대표 사이의 틈새는 크게 벌어진 상태다.
민주당 일부에선 김해을 패배에 대해 “결국 유 대표의 ‘벼랑 끝 전술’이 화를 불렀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또 유시민 대표를 지지했던 친노 세력의 정치적 영향력도 크게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성지’에서 조차 표심을 얻지 못할 정도로 친노 파급력의 한계가 드러났기때문이다.
여기에다 국민참여당도 존립 기반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참여당은 원내 진입 실패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예상되는 야권연대 협상에서 입지를 확보하기에 어려움이 있을 전망이다.
장연주 기자/yeonjoo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