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대표에게 분당을 출마는 모험에 가까웠다. 그도 그럴것이 살아 돌아오지 못하면 정치인생을 마감해야 할지도 모르는 노릇이었다. 더욱이 분당을 지역은 제2의 강남으로 불리는 한나라당 텃밭.
그러나 대권주자로서 의미없는 지지율은 그를 옥죄기에 충분했다. 지난해 10월 당 대표 취임 이후 반짝했던 지지율은 조정국면을 거치면서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에게 1위 자리를 내줬다.
야권 내 다른 대권 주자들은 손 대표에게 견제구를 던졌고, 한나라당 출신이란 꼬리표는 좀체 떨어지지 않았다. 당 장악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반면 여권의 차기 유력 주자인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는 ‘한국형 복지’를 앞세우며 대권을 향해 시동을 걸었다.
손 대표는 돌파구를 찾아야 했다. 그는 낮은 자세를 강조했다.
지난해 한나라당의 예산안 강행처리 이후 돌입한 장외투쟁에 이어 올 초 ‘국민과 함께하는 희망 대장정’ 강행군을 펼치며 바닥민심을 다졌다. 제1 야당 대표로서 강성 이미지 구축에도 공을 들였다. 손 대표 핵심 측근은 “악수 한번 한다고 지지율이 올라가는 게 아니다”며 손 대표가 조바심을 내지 않는다고 했다.
기회는 찾아왔다.
4.27 재보선에 출마한 민주당 손학규 후보가 27일 오전 경기 성남 분당구 정자동 탄천초등학교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부인 이윤영 씨와 투표하고 있다 박현구 기자 phko@herakdm.com |
한나라당이 분당을 공천을 놓고 극심한 내분에 빠지자 손 대표의 계산기는 쉼없이 돌아갔다. 손 대표는 분당을 출마를 저울질하기 시작했다. 한나라당 후보가 강재섭 전 대표로 기울자 사지(死地)에 뛰어들기로 결정했다.
분당을 승리로 손 대표는 ‘국회의원 당선자’ 타이틀을 거머쥐게 됐다. 원외대표라는 약점은 말끔히 사라졌다. 정치인생을 걸고 출마한 만큼 ‘한나라당 출신’ 꼬리표는 이제 박물관에 보관해야 할 것 같다.
손 대표는 이제 본격적으로 대권행보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원내에 진입하면서 정책 결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게 됐고, 상임위 활동을 통해 향후 대권을 염두에 둔 정책 개발도 더 활발해질 전망이다.
<조동석 기자 @superlet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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