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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라마도 현실도 돈 때문에 ’형제의 난’
속고 속인다. 더 많이 얻기 위한 싸움은 돈으로 시작해 돈으로 결말짓는다. 여기에서 누가 호랑이고 누가 여우인지는 조금 더 두고봐야 한다. 서로 만만치 않은 상대다. 표면상으로 1대4이지만 속단할 수도 없는 것이 돈의 세계 ‘마이더스’다. 게다가 형제들의 싸움이다.

SBS ‘마이더스(극본 최완규, 연출 강신효, 이창민)’에서 현재 ‘미다스의 손’은 유인혜(김희애)다. 유인혜에게 총을 겨누고 있는 쪽은 김도현(장혁), 유성준(윤제문), 유기준(최정우)다. 유인혜의 동업자 제임스(김병세)도 등을 돌렸다. 최국환(천호진)은 이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지만 그의 미소는 심상치 않다.

누가 누구를 속이고 있는 것인지 불분명한 상황이다. 돈에 속고 사람에 배신당하기 십상이다. 돈을 잃고 사람에게 배신당한 자의 끝은 처참할진대, 그의 복수는 생명마저 담보한다.

돈을 놓고 벌이는 그들의 치열한 두뇌싸움에는 ‘형제의 난’이 바탕한다. 거기에 사람과 자금은 세를 타고 유유히 이동한다. 

김희애가 연기하는 유인혜는 두 오빠에게 일찌감치 동생 취급받지 못한 배다른 동생이다. 그의 유일한 빛은 병을 앓고 있는 동생 유명준(노민우), 자신과 꼭 닮았던 김도현이었다. 그리고 돈이다. 돈을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헤지펀드의 대표, ‘돈이 전부인 세상이 만든 또 하나의 괴물이었다. 그 괴물과 그의 오빠들이 팽팽하게 마주하고 있다. 상대편에는 애초에 가진 것이라고는 없던 남자, 유인혜로 인해 탐욕을 배운 사람 김도현이라는 인물이 있다. 복수를 위해 ’형제의 난‘을 이용하는 자다. 


▶ '형제경영'...어김없이 '형제의 난'으로=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형제들의 권력다툼은 역사에서 함께 했다. ’피를 나눈 형제도 권력은 같이 나눌 수 없다‘는 말이 역사 속에서 증명됐음은 교과서를 통해서도 확인했다. 하지만 권력보다 더 냉혹한 전쟁이 바로 재벌가 ’형제의 난’이었다. 대한민국 재계를 쥐고 있는 몇몇 그룹들은 이 과정을 한 번씩 거쳤다.

현대그룹의 경우 1990년대 후반부터 형제들의 경영 다툼이 거셌다. 고 정주영 회장이 5남인 고 정몽헌 회장을 후계자로 지목하려던 것에 차남인 정몽구 회장이 반발하며 세칭 ’왕자의 난‘이 시작됐다. 형제간의 세다툼은 재계 1위였던 현대그룹의 계열분리까지 몰고 갔다. 5남 정몽헌 회장은 이에 현대아산 현대건설 현대상선 현대전자 등의 26개 계열사를, 차남 정몽구 회장은 현대차 등 10개 계열사를, 3남 정몽근 회장은 현대백화점, 6남 정몽준 의원은 현대중공업을 나눠가지며 ’왕자의 난‘은 막을 내렸다.

한진그룹은 고 조중훈 회장의 후계를 놓고 ’형제의 난‘이 시작됐다. 유산배분을 둘러싸고 벌어진 집안싸움은 결국 법적 분쟁으로 확대됐다. 차남 조남호 회장과 4남 조정호 회장은 장남인 조양호 회장을 향해 소송을 제기했으나 2009년 조양호 회장의 승소로 형제의 난은 일부 마무리됐다. 


2005년 두산그룹 형제의 난은 박용곤 명예회장이 박용오 회장에게 그룹 회장직을 박용성 회장에게 넘길 것을 요구했으나 박용오 회장은 이사회 하루 전 두산그룹 경영상 편법 활용이라는 진정서를 검찰에 제출하며 시작됐다. 형제간의 경영권 분쟁이 ’검찰 투서’로 옮겨간 것이다. 검찰은 두산그룹이 10여년간 326억원의 비자금을 횡령했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두산 관련자 3명에 대하여 불구속 기소하며 사건을 마무리지었다. 하지만 여기가 끝은 아니었다.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던 박용오 전 회장이 2009년 11월 4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업계에서는 성지건설의 경영악화와 두산가 내부 갈등, 가정사 등으로 인한 심적 스트레스가 그 이유가 됐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금호그룹의 형제의 난은 각자의 길을 가는 것으로 마무리되고 있다. 형제경영은 이윽고 ’형제의 난‘을 불러왔고, 이는 다시 그룹 분리하는 수순으로 정해놓은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이에 금호 아시아나 그룹은 창업주 고 박인천 회장의 4남 박찬구 전 화학부문 회장이 금호석유화학 경영권을 가지고 3남인 박삼구 회장이 금호타이어를 맡기로 대주주 일가가 합의하며 순탄히 마무리되는 듯 보였으나 이는 비자금에 발목을 잡히게 됐다. 여기에도 형제간의 앙금은 풀리지 않았느냐는 것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이 박찬구 회장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으로 갑작스런 압수수색을 받게 되자 수사 배경을 두고 박삼구 회장과의 갈등설이 새나오고 있는 것이다.

형제의 난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현실과 가상을 넘나들며 이어지고 있다. 처절한 형제의 난을 거쳐 이룬 승리는 오래 두고 향유할 권세이나 처참히 무너진 쪽의 끝은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지 알 수 없다. 드라마는 이제 종영을 향해 가고 있다. 서서히 밝혀지게 될 것은 출생의 비밀과 돈의 흐름, 이 형제의 난과 형제의 난의 중심에 있는 두 미다스의 손 유인혜와 김도현의 싸움의 승자다. 드라마 속 승자는 결정되지 않았지만 ’마이더스’는 이미 현실에선 승자다. 16.4%(AGB닐슨미디어리서치)의 전국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는 월화 안방 1위 자리를 지켰다.

<고승희 기자 @seungheez>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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