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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난 MB노믹스…주주자본주의 앞세워 ‘대기업 길들이기’
정부 각종 지원정책 불구

기업 내부유보금만 쌓고

투자·일자리창출 외면


공정사회·동반성장 기조속

대기업 행태 바로잡기 압박

경영권간섭 관치논란 불가피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이 26일 정책 토론회에서 밝힌 연기금 주주권 강화 방침에는 ‘주주 자본주의’라는 명분을 앞세워 정부의 기대에 못미치는 대기업의 경영 행태를 바로 잡겠다는 관치적 의도가 엿보인다. 공정사회, 동반성장이 대기업에 대한 비강제적 권유였다면. 연기금을 동원한 주주권한 강화는 강력한 압박수단인 셈이다.

실제로 곽 위원장은 이날 기조연설에서 “연기금 주주권 행사를 통해 대기업의 거대 관료주의를 견제하고 시장의 공적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대기업을 정조준했다.

곽 위원장은 성실한 주주권 행사야말로 연기금 가입자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법적 의무라고 강조했지만, 민간 연기금이 발달한 서구와 달리 정부의 영향권에 놓인 공적 연기금이 민간기업의 경영 활동에 적극 개입할 경우 관치 논란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곽승준<왼쪽>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이 26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사파이어볼룸에서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공적 연기금의 주주권을 강화해 대기업의 지배구조와 거대 관료주의를 견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태준 한국금융연구원 원장과 이야기를 나누는 곽 위원장.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성난 MB노믹스= ‘대기업 프렌들리’라던 이명박 정부는 왜 사사건건 대기업을 걸고 넘어질까. 이런 의문을 풀기 위해서는 곽 위원장이 주도한 MB노믹스의 기본 설계도를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 MB노믹스에서 대기업 프렌들리는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 MB노믹스는 정부가 기업의 경영 환경을 개선해주면 기업은 투자와 일자리 창출로 서민경제를 살찌우는, 이른바 ‘따뜻한 시장경제’를 표방한다. 그러나 대기업들이 정부 정책의 혜택으로 내부 유보금을 잔뜩 쌓아두고도 투자와 일자리 창출를 외면해 다 함께 잘 사는 MB노믹스의 선순환 고리를 끊어버렸다는 게 정부의 인식이다.

경제 실세들의 입에서 “환율 높였지, 금리 낮았지, 세금까지 깎아줬는데…”라는 볼멘 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시장 공기능 강화=곽 위원장은 기조연설에서 “국민연금 적립액이 작년 말 이미 324조원이며 향후 2043년에는 2500조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공적 연기금들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가 본격적으로 검토돼야 할 시점”이라며 그동안 거수기 주주에 그쳤던 연기금이 성실한 주주권을 행사하도록 할 방침임을 시사했다.

1주 1권리 행사라는 자본주의의 교과서적 원칙을 준수하고,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 등을 견제한다는 것인데, 이는 결국 ‘주주자본주의’의 이름으로 대기업의 거대 관료주의를 막고 큰 정부로 가는 길을 터놓은 셈이다. 이는 정부의 공정사회 기조와 동반성장 정책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관치 논란=정부의 선한 취지가 바람직한 결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서구와는 달리 국내 연기금의 지배구조는 사실상 정부의 입김 아래 놓여 있다. 정부의 입맛대로 연기금이 주주권한을 행사할 수 있고, 비전문가들이 글로벌화한 대기업의 경영권에 대해 간섭해 결국은 주주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연기금 주주권 행사와 관련해 관치 논란이 불거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곽 위원장이 “스스로의 혁신이 없는 시장은 성장할 수 없으므로 누군가가 우리 경제 내부에서 혁신이 일어나도록 촉진자 역할을 해야 하며 거대권력이 된 대기업을 견제할 효과적인 수단으로는 자본주의 원칙에 입각한 공적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가 적절하다”는 인식 자체가 관치의 데자뷔가 짙게 느껴진다.

양춘병 기자/y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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