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롯데그룹은 주가 움직임을 보고 깜짝 놀랐다. 당일 협력업체에 2600억원 지원과 투자규모 확대를 핵심으로 하는 동반성장 협약식 내용을 공개하자 협약에 참여한 계열사 주식이 급락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19일 상승세로 장을 열었던 롯데쇼핑 주가는 발표 직후 하락세로 돌아서며 주가는 전날대비 2.32%(1만원)하락한 42만 1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또 다른 계열사인 호남석유화학 주식도 1.24%(5000원) 떨어졌다.
최근 ‘상생’, ‘동반성장’이 재계의 화두가 되면서 연일 대기업들의 중소기업 지원책이 쏟아져나오고 있는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상생’안이 발표되면 주가는 떨어진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 사례도 많다. 지난 3월 23일 입점브랜드 마진율 동결 및 협력사 초청문화 컨벤션 행사를 발표했던 현대백화점그룹의 주가는 해당일 소폭 하락했다. 또 2월 23일 중소협력업체를 위해 1200억원의 상생플러스론을 내놓은 신세계 주가는 이후 3일 연속 곤두박질쳤다. 상생안이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면서 일부 기업에서는 상생방안 발표를 다음날 주식시장이 열리지 않는 금요일날 하기도 한다.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조금이나마 줄이기 위해서다.
정근해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상생과 주가가 반비례한다는 정식보고서는 없지만 그런 경향성은 분명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정근해 연구원은 “기업들이 상생을 위해 수익 일부분을 중소협력업체 지원에 사용하기 때문에 수익성에 따라 움직이는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그리 유쾌하진 않기 때문”이라면서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매도가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이라면 다른 결론이 나온다고 정 연구원은 덧붙였다. 상생이 단기적인 관점에서는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기업의 체력강화와 생산성 증대로 이어져 주가에 긍정적이라는 것이다. 정근해 연구원은 “도요타 사태도 결국 협력업체의 부품 결함 때문에 발생하지 않았냐”면서 “대기업이 잘 되기 위해서는 협력업체의 퀄리티(quality)도 함께 높아져야 한다. 그런 점에서 ‘상생’은 단기적 관점이 아닌 장기적 관점에서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혜진기자@hhj6386>
/hhj6386@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