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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의를 생각하는 젊은이들이 없다"...국립 4.19민주묘지에서 만난 사람들
“대의를 생각하는 젊은이가 줄어드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4.19혁명 61주년이었던 지난 19일. 서울 수유리 국립4.19민주묘지에서 만난 전직 외교관 정주헌(64)씨의 얼굴엔 아쉬움이 가득했다. 그는 2.28 대구 학생 의거를 주도했던 고(故)이대우 박사의 대학 후배로 민주화에 대한 열망이 가득했던 격변의 시기를 몸으로 겪었다.

1960년 2월 28일 이승만 정권의 독재를 규탄하는 학생집회를 열었던 이대우 박사는 정씨가 학생운동정신을 잊지 않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였다. 정씨는 “대학 입학 후 첫 봄이었을 겁니다. 선배는 대학 후배들을 모두 모아 국립 4.19 민주묘지에 데리고 왔었어요. ‘학생운동의 정신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말했었죠. 선배의 말 때문인지 그때 우리 마음속엔 늘 4.19혁명의 정신이 남아있었어요”라며 당시의 기억을 떠올렸다.

그는 “요즘 젊은이들은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오늘이 4.19혁명 51주년인데…참배객 중에 젊은 청년들을 찾아보기가 어렵네요”라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 박사의 부인 김향선(60)씨도 마찬가지다. 김씨는 “2009년 남편이 재생불량성 빈혈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그는 2.28 혁명의 정신으로 평생을 살아왔어요. 개인의 편안함보다 본인이 발 딛고 사는 이 땅, 이 나라를 늘 먼저 생각하는 분이었죠”라며 “요즘 청년들도 자신의 안위만 생각하기 보다는 국가의 미래를 위해 애쓰는 큰 지향점을 가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립 4.19민주묘지는 51주년 기념일에도 한산하고 고요했다. 이날 오전 51주년 4.19기념식이 치러진 것과 이승만 전 대통령 양아들 이인수박사가 4.19관련단체들과 참배 문제를 놓고 실랑이를 벌인 것을 제외하면 평소와 다름없이 조용한 분위기였다. 국립 4.19민주묘지 관리사무소 관계자에 따르면 “19일은 추모음악회 등 행사가 있어서 방문객이 5000명 정도였으나 순수하게 묘역을 찾아오신 분들은 100여명 정도다. 평소에는 초.중.고등학생들이 많이 찾는 편이지만 대부분 백일장이나 사생대회 등 행사 참석을 위해 방문한다”고 말했다. 


이날 업무시간을 쪼개 12명의 직원과 함께 국립묘지를 방문한 이건복(51)동녘출판사 대표는 “이런 날 직원들과 함께 나와 4.19의 역사를 되돌아 보려고 나왔다. 젊은 친구들이 이런 날을 더욱 뜻깊게 여길 필요가 있는데 그렇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국립묘지를 방문한 회사원 유상호(28)씨도 “대학 때 사회과학동아리에서 활동했다. 그때까지만해도 4.19국립묘지를 찾아와 참배를 하고 동아리 회원끼리 4.19혁명에 대한 토론을 하는 것이 중요한 행사였다. 하지만 후배들은 우리와 다르더라”라며 “당연히 기억하고 되새겨야 할 중요한 역사가 점점 흐려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ssujin84>

sjp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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