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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 일본 엑소더스 기업들 중국에 빼앗길 것인가
조진래 산업부장
일본이 대지진과 쓰나미로부터 잃은 것은 너무 많다. 수많은 사상자, 초토화된 국토, 피폐해진 국민들의 삶, 그리고 신뢰를 잃어버린 정부. 여기에 일본이 잃은 게 또 하나 있다. ‘잃어버린 10년’을 극복하기 위해 야심차게 준비했던 ‘글로벌 기업 아시아 거점 추진 프로젝트’다.

일본은 지난 2월 10일 각료회의에서 ‘아시아 거점화 추진법안’을 의결했다. 글로벌 기업들의 아시아 헤드쿼터를 중국이나 한국에 빼앗기지 않고 더 많은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총 25억엔 규모의 예산을 투입, 연간 1억엔 이상 투자되는 연구개발 시설 및 10인 이상 고용 사업장을 일본에 둔 외국기업에 법인세 7% 경감 등 파격 지원을 해주겠다는 게 법안의 골자였다.

당장 올해 유치 목표를 30개사 정도로 잡았을 정도로 의욕적인 프로젝트였다. 법안은 곧바로 의회에 제출됐고 무리없이 통과되는 듯했다. 하지만 운이 없게도 쓰나미가 일본 열도를 덮쳤다. 법안은 용도폐기될 처지다. 어떤 기업이 지진과 쓰나미, 여기에 방사능까지 뿜어나오는 나라에 사업장을 두고 싶겠는가.

외국기업을 유치하려던 일본정부의 꿈은 깨졌고, 이제는 자국에 불안하게 남아 있는 외국기업은 물론 자국기업의 엑소더스까지 심각하게 우려해야 할 처지다. 도요타, 코스모오일 등 주력기업들도 예외가 아니다. 이미 독일 SAP, 미국 시스코시스템스, 스웨덴 IKEA 등이 도쿄사무소를 오사카 등 남쪽으로 옮겨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서울이나 중국으로 아시아본부를 옮기는 방안을 검토하는 곳들도 생겨나고 있다.

유럽의 어느 나라는 자국 기업인들을 서울로 대피시키면서 서울 강남의 모 호텔을 통째로 빌리려 했고, 대지진으로 피해를 본 일본 석유화학업체들도 소재 공장을 한국으로 옮기려 한다는 정보가 속속 들려온다. 현대오일뱅크와 석유화학 공장을 짓고 있는 코스모화학이나 지난 3월 울산에 ABS 공장 건설 계획을 밝힌 아사이카사이도 프로젝트의 조기 마무리를 서두른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일본 상사주재원들 말을 들어보면 일본 내 기업들이 생각하는 이전 후보지는 중국이나 홍콩, 싱가포르, 대만 쪽인 것 같다. 실제로 해운사인 머스크 같은 경우 직원들을 한국이 아닌 싱가포르로 철수시켰다고 한다.

우리가 이들 경쟁국에 비해 유리한 점은 무엇일까. 우리의 공식 법인세율은 22% 수준이지만, 하이테크 등 전략 분야의 외국기업에는 5년간 세금을 전액 면제해준다. 이후 2년간 세금도 50% 감면해준다. 그러나 외국기업 세율을 0~10%로 유지하는 싱가포르나 임금이 절대적으로 싼 중국 등에 비해 월등히 유리한 입장은 아니다.

우리로선 일본에 비해 20~30% 싼 전기료가 한 수단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실제로 일본이 처한 가장 심각한 문제가 부품난과 함께 전력난이다. 특히 전력수요가 피크인 7월이면 최대 25%의 공급부족이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삼성경제연구소는 기계와 화학, 철강 업종의 생산차질을 예상했다. 실제로 공업용 전기료에 더 큰 할인 메리트를 주는 데 대해 관련기업들이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한다.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은 이런 메리트를 십분 활용해 일본에서 탈출하는 기업들을 유치할 준비를 차분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이나 싱가포르 등에 경쟁업체 공장을 빼앗기는 일이 없으려면 보다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 인천 송도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보다 현실성 있는 세제 보완과 부단한 해외 홍보, 그리고 이들 기업과의 네트워크가 가능하도록 정부와 기업이 지혜를 모아야 한다. 이것이 동반성장 상생의 또 다른 모습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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