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17일 오전 일본으로 출국했다.
1박2일간의 베를린 일정을 소화하고 한국을 방문한 지 이틀 만에 또 행선지를 바꿨다.
클린턴 장관의 이번 순방은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리비아 사태와 북핵 문제, 동일본 대지진 등 국제사회의 최대 이슈지역을 직접 찾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2012년 재선을 겨냥하고 있는 오바마 미 행정부가 국내 문제로 눈을 돌리면서 국제 현안의 컨트롤타워 부재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클린턴 장관이 해결사를 자처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클린턴 장관은 첫 순방지인 베를린에서 리비아 사태의 장기화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미국과 나토의 협력 강화를 통해 ‘민간인 대량 학살자’를 막아낸다는 원칙적인 합의를 이끌어냈다.
또 방한기간 중에는 김성환 외교장관과 회담을 갖고 ▷북핵 6자회담 재개방안 ▷북한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대응 ▷대북 식량지원 ▷한ㆍ미 FTA 비준 등 현안을 협의했다.
이명박 대통령과의 접견을 통해서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조기 비준과 북한의 진정성 있는 태도 변화를 촉구하며 굳건한 한·미동맹을 재확인했다.
클린턴 장관은 특히 한ㆍ미 FTA 비준과 관련해 “FTA 비준이 거의 마무리 단계에 와 있으며 양국 대통령의 성과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한ㆍ미 행정부의 자신감을 내비쳤다.
북핵 문제에 대해서도 우리 정부가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는 ‘선(先) 북한 태도변화, 후(後) 남북대화 및 관계개선’ 원칙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분면히 했다.
정부 당국자는 “천안함 사태와 연평도 포격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 만한 수준의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면 6자회담 재개 과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두 사건에 대한 북한의 반응은 6자회담 재개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요소이며 여기에 미국도 동의 의사를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클린턴 장관의 마지막 행선지인 일본 방문도 동일본 대지진 이후 미국 최고위급 관료의 첫 방문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클린턴 장관은 도쿄에서 일본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 일본의 원전사고 수습 노력에 대한 지원 의사를 밝힌 뒤 이날 오후 귀국할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일본 지진으로 인한 피해 그 자체보다 원전 사고에 대한 관심이 국제적으로 높아진 상황에서 클린턴 장관의 방일 결과에 관심이 모아진다”면서 “한ㆍ일ㆍ중 3국 외에 미국이 원전 사고와 지원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 마련에 힘을 모을 경우 사태 해결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정호 기자@blankpress> choij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