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구직자들 사이에서 학점, 영어성적 등의 조건을 이르는 말)’ 쌓기 등으로 인해 무한경쟁을 벌여야 하는 대학생들의 우울증이나 학업 부담감이 최근 카이스트(KAIST) 사태의 여파를 타고 확산되고 있다. 

카이스트 학생들의 잇단 자살 소식을 접한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남의 일 같지 않다”는 공포감까지 번지고 있다.

이같은 학생들의 불안감은 교내 상담센터를 찾는 내담자가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도 입증되고 있다. 서울대학교에서 학생 상담을 담당하는 대학생활문화원에 따르면 상담 건수는 2009년 5261건에서 지난해 5745건으로 9% 가까이 늘었고 상담 시간도 483시간이나 증가했다. 24시간 전화로 상담 할 수 있는 스누콜(SNU Call) 이용도 매년 늘어 지난해에는 전화 상담이 1407건이나 들어왔다.

건국대 학생상담센터 상담건수는 2008년 3675건에서 지난해 7177건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세종대 학생생활상담소도 2009년에 총 1225명이 일대일 상담을 했으나 지난해에는 1548명으로 26%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최근은 신학기 기간이고, 대부분 대학이 중간고사를 앞둔 상황이서 학생들의 심리적 불안감이 더 큰 시기다. 서울대 대학생활문화원에 따르면 신학기는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가 많아 학생들의 상담도 부쩍 증가한다. 이같은 때에 카이스트 소식 등으로 인해 대학 내 경쟁 질서가 다시 부각되면 학생들의 불안 심리가 더 자극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를 대비해 건국대 학생상담센터는 하반기 실시 예정이던 정신건강 프로그램을 상반기로 당겨 실시하기로 했다. 또 ‘교수님을 위한 학생상담 가이드’를 제작해 모든 전임교수들에게 배포하기도 했다. 세종대 상담소는 최근 입학과로부터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입학한 10명에 대해 집중관리하라는 지침을 받았다. 이들에 대해서는 별도의 심리검사나 진로검사를 실시하고, 문제점이 발견되면 사정관과 학생의 면담을 주선할 계획이다.

그러나 심리적 불안을 호소하는 학생들의 수요에 비해 상담 인프라는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양대 상담센터는 전문연구원 3명, 시간제 사담사 2명, 지원상담사 2~3명이 연 평균 4000건 정도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상담사가 부족해 상담 희망학생이 실제 상담을 받으려면 최대 5개월까지 기다려야 한다.

건국대는 대학원 상담심리 전공 석ㆍ박사들이 학생 상담에 동참해 상담원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지만 여전히 상담원에게는 하루 6~7명의 학생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하루에 6~7명의 학생을 접하다보면 다음 일정에 쫓겨 전화 상담도 자유롭게 할 수 없다. 건국대 학생상담센터 한 연구원은 “사회가 개인화, 파편화하면서 대학생들이 심리적 부적응을 경험하고 있는데 적절한 도움도 받지 못하면 중도탈락 같은 부정적 형태로 결과가 나타나게 마련”이라며 “학생들을 지원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도현정ㆍ이태형 기자@boounglove> kate01@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