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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취생활백서Ⅰ<인테리어>
Special Feature
<정유나 대학생기자>자취를 해본 사람이면 알 것이다. 저녁에 돌아와 누우려는데 괜스레 마음이 헛헛한 날이 있다는 걸. 텅 빈 공간에 나 혼자 휑뎅그렁하게 놓여 있는 기분. 나만의 공간이 아직 낯설고 서먹서먹하다면 인테리어를 바꿔보는 건 어떨까.

#1. 그 여자의 방

김윤영(숙명여대 환경디자인과 3학년)

자취생활 3년 차. 1년은 태릉에 사는 언니네 얹혀살다가 1년 동안 고시원에서 살았다. 아침이면 옆 방 알람소리에 잠이 깨곤 했다. 겨울날, 언 손으로 통화하기가 싫어 방에서 떠들었더니 문에는 “조용히 좀 해주세요.”가 적힌 포스트잇이 얄밉게 붙어 있었다. 건축 공모전을 준비하느라 하루가 멀다 하고 날밤을 새우던 어느 날, 결심했다. 좁디좁은 고시원 책상이 아니라, 나만의 작업공간을 만들자. 그렇게 50군데 발품을 팔며 돌아다녀 어렵게 구한 집을 손수 꾸미기 시작했다.

주워 쓰거나 직접 만들거나

큰돈을 들이지 않았어요. 3개월 동안 용돈을 나눠서 차근차근히 꾸민 거예요. 가구는 새로 사려면 돈이 꽤 드니까 버려진 걸 주워 와서 쓰죠. 반질반질 윤이 나게 닦고 페인트칠도 다시 하고요.

소파는 공원 담 밑에 버려져 있던 걸 친구랑 낑낑대면서 주워왔어요. 방 곳곳에 있는 캔버스도 미대 쓰레기장에 버려진 걸 모아다 다시 그린 거예요. 검은색, 흰색으로 지브라 무늬를 채워 넣거나 굵은 붓으로 알파벳만 새겨놔도 멋스러워요. 책상 위에 있는 수납장도 누가 버린 서랍장을 가져다가 흰색으로 다시 페인트칠만 새로 했어요.

남들이 안 쓰고 버린 물건들이야말로 생각을 바꾸면 괜찮은 게 많아요. 약간 손질만 하거나 아이디어만 보태면 괜찮은 물건으로 탈바꿈하거든요. 전 깨끗한 물건 사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물건의 값어치는 제 손으로 만든다는 생각으로 해요.

혼자서도 척척

L자 책상

제 로망이 ㄴ자 책상이었어요. 전공이 공간 디자인이기 때문에 방 벽면을 채울 수 있는 큰 작업대가 필요했거든요. 인터넷에 목재를 주문할 수 있는 사이트를 죄다 찾아서 가장 싼 가격에 ‘삼나무 집성목’을 주문했어요. 미리 사이즈를 재면 그대로 절단해서 배송해줘요. 나무만 주문하고 책상다리는 공간박스로 대신했어요. 

L자 책상<왼쪽>, 폼보드
폼보드

폼보드는 스티로폼 겉에 종이가 발라진 건데, 건축과나 실내 디자인과에서 모형 만들 때 자주 쓰는 거예요. 전시회가 끝나고 폼보드 큰 게 하나 보이길래 얼른 가져왔죠. 세입자라 벽에다 그림을 그리거나 압정을 박는 게 어려우니까 폼보드를 덧댔어요. 메모, 사진, 고지서, 시간표를 빼곡히 붙여놓을 수 있어서 편리해요.

베드 테이블

베드 테이블
사기도 힘들어서 만들어보자고 결심했죠. 두꺼운 합성 나무인 MDF도 목재 절단해주는 곳에서 주문했어요. 미리 재단을 잘해놓고 주문하면 공연히 힘들여 나무를 자르지 않아도 되니까 편리해요. 드릴로 드르륵 박아주고 페인트칠하면 끝이에요.

#2. 그 남자의 방

강준구(방송통신대 경영학과 1학년) 

16살, 대전에서 살다가 서울에서 살고 싶어 무작정 상경했다. 처음에는 학교 운동부에서 살았다. 그러다 마음씨 좋은 분을 만나 6개월 동안 보증금을 다달이 채워가는 조건으로 월세 없이 지냈다. 차츰차츰 월세방, 전세방으로 옮겼다. 고시원, 고시텔 모두 추천하지 않는다. 무보증금 집도 찾아보면 많기 때문. 내 집이라는 주인의식과 책임감을 가지고 살아야 버젓한 둥지를 틀 수 있다.

주인아주머니를 잘 만나야 한다

세입자로서 가장 집을 볼 때 가장 중요한 건, 주인아주머니 마음씨에요. 세입자 마음대로 집 꾸밀 권리를 호락호락하게 내어줄 분은 많지 않거든요. 집 꾸미는 것을 허락 맡는 일부터 신경 써야 합니다. 집을 계약하는 것도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일이라, 계약할 때 음료수 하나라도 사 들고 가면 깐깐하게 굴었던 마음도 누그러지기 마련이죠. 계약서에 기물파손에 대한 내용이 들어가 있어서 사전 합의 없이 벽지, 바닥 공사했다간 나중에 몇 배로 물어줘야 하는 재앙이 닥칠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 계약서에 은근슬쩍 인테리어를 허가하는 조항을 끼워 넣기라도 해야 탈이 안 나요.

무턱대고 꾸미지 마라

처음에는 욕심부리다가 많은 걸 사고 버렸어요. 이렇게 예뻐서 하나, 둘 사 모으다간 파산을 면치 못합니다. 게다가 아무런 컨셉트 없이 사들이면 나중에는 온통 너저분한 소품들이 따로 놀고 있을 뿐이니 미리 계획을 세우고 인테리어 테마를 명확하게 한 후 구입하도록 하세요. 

 STEP 1>테마 정하기

          심플/ 편안한 공간/ 공부 등 목적에 맞게 테마를 정할 것.

 STEP 2>톤 정하기

          작은 방일수록 벽지는 밝은 톤으로 고를 것. 여러 색상을 쓰는 건 금물이다.

 STEP 3>가구, 소품 구입하기

          전체 톤에 맞춰 살 것. 색상이 맞지 않으면 눈길도 주지 않는다.

 STEP 4>통일감은 유지하되 변형을 줘라

          한 톤으로만 통일하면 단조로울 수 있으니 포인트 컬러를 줄 것.


공사는 내 손으로 한 땀 한 땀

벽지

벽지 상태부터 꼼꼼히 점검하세요. 월세방은 기존 벽지에 덧대서 도배를 합니다. 네 겹 다섯 겹씩 겹쳐져 있는지 꼭 확인해 봐야 해요. 습기가 차면 벽지가 울거나 벌어지기 때문. 페인트칠은 벽지가 아예 없거나, 한 겹일 때 색이 잘 나옵니다. 페인트 비용은 4평 반 기준 6만 7천원.

바닥

인테리어 전문점에서 데코타일을 직접 보고 인터넷에서 주문했어요. 바닥 공사는 장판을 걷어내고 바닥 청소부터 했습니다. 오래된 집일수록 표면이 오톨도톨하게 올라와 있거나 움푹 팬 데가 있는데, 표면을 매끄럽게 다듬어 줘야 해요. 청소가 끝나면 온돌용 본드를 바르고 데코타일을 덮으면 됩니다. 바닥을 깔다 보면 반드시 데코 타일이 남기 마련인데 걸레받이로 1cm 정도는 가릴 수 있어요. 데코타일 한판(한 평 기준) 2만 5천원.

자취남녀의 인테리어 Tip. 

1. 수납은 공간 박스를 활용하자

이래저래 불필요한 짐이 자꾸만 쌓여간다면 공간박스를 활용해 보자. 화장품을 넣으면 화장대로, 책을 넣으면 책장으로, 옷을 돌돌 말아 정리하면 옷장으로 쓸 수 있다. 가격은 6개당 1만 5천원. 인터넷에서 구입 가능.

2. 인테리어 소품은 다이소에서 구입

다이소는 가난한 학생을 위한 최고의 인테리어 쇼핑센터다. 각종 소품을 1천원대부터 살 수 있다. 액자나 시계를 다이소에서 구입해서 아크릴 물감으로 칠하면 무한 변신이 가능하다.

3. 인테리어 공사는 차근차근 하나씩

기간을 넉넉히 잡아야 한다. 혼자서 한 번에 다 하려들다간 지쳐 나가떨어질 수 있다. 한쪽 벽면을 칠했다면 다음날 한쪽 벽면을 칠한다는 마음으로 할 것.

4. 꾸미고 싶다면 신축원룸이나 오피스텔은 피해라

지은 지 얼마 안 된 신축 원룸은 집주인이 깐깐해서 꾸미기가 어렵다. 오피스텔도 마찬가지. 신축원룸이나 오피스텔이 아닌 연립주택을 찾을 것. 

http://www.camhe.co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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