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설턴트의 눈> 유경숙 세계축제연구소장
올해로 3년째를 맞는 이 축제는 충남 청양군의 시골마을에서 펼쳐지는 봄축제다. 소달구지 타고 어린 꼬마들 노니는 보통의 농촌풍경보다 훨씬 더 구수한 산골 그리고 흐드러지게 핀 봄꽃을 실컷 맛볼 줄 알았는데, 산꽃은 아직 일렀다. 이틀간의 축제치고는 프로그램이 어찌나 많은지 마을주민의 열정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사물놀이와 버블아트, 노래자랑, 경품추첨, 7080김만수, 소달구지 타기, 천연꽃 염색, 한과 만들기, 가훈 쓰기, 표고버섯 따기, 꽃사탕 만들기, 천연샴푸 만들기 등 가짓수는 많은데, 굳이 어느 한가지를 꼽자면 시원한 게 없는 게 흠이랄까.
사실 광금리 축제의 진짜 볼거리는 벚꽃이었다. 봄만 되면 전국에서 펼쳐지는 벚꽃이 무슨 차별성이 있느냐 하겠지만, 꼭 그렇지가 않다. 벚꽃은 가까운 지역민들을 봄볕에 끌어모을 수 있는 최고의 매개인 데다 일정 거리만 유지되면 전국에 여러 개가 있다 해도 상관없는 계절성 명소이기 때문이다. 특히 광금리의 벚꽃은 인근 잘 알려진 공주 동학사 벚꽃축제나 대전 신탄진 벚꽃축제보다 훨씬 더 자연친화적이고 드라이브 코스로 제격이었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광금리를 찾는 외지인들의 심리를 한번쯤 추정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지난 2년 동안 산꽃마을축제를 다녀간 사람들이 과연 이 많은 농촌문화 체험프로그램이 궁금해서 왔던 걸까. 아니면 몇몇 코미디언을 모셔다 하는 이벤트 혹은 천연샴푸 만들기, 구기자 목걸이 만들기 체험이 흥미로워서일까. 아닐 것이다. 봄나들이객들이 가까운 벚꽃길로 드라이브 나왔다가 겸사겸사 머물기 좋은 곳에 잠시 들르는 것이다. 그곳이 긴 벚꽃터널 중간쯤에 있는 광금리였지 않았을까.
이런 전반적인 여건을 고려해 몇 가지 제안을 하자면 첫째, 천편일률적인 체험프로그램을 과감하게 버리자. 체험이 나쁘다는 뜻이 아니다. 다만, 체험은 평소의 프로그램으로만 두고, 축제에서만큼은 다른 축제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농촌체험을 과감하게 오려내자는 것이다. 한국 축제에서의 체험은 좋은 학습이자 놀이수단이지만, 전략과 콘셉트도 없이 남용되었다가는 오히려 각 축제들의 차별성을 불식시키는 주범이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전국의 많은 지역축제들이 이 ‘체험의 함정’에 빠져 비슷비슷한 체험축제로 전락하는 일을 우리는 숱하게 보아왔다.
둘째, 벚꽃으로 행락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면 강력한 농촌 먹을거리로 후각을 자극해 보자. 다양하고 많은 음식도 필요 없다. 오히려 간단하면서 맛이 좋아 입소문 나기 좋은 요리가 좋다. 예를 들면 벚꽃놀이 왔다가 들녘에 구수하게 퍼지는 어느 시골장터의 구수한 부침개냄새라면 어떨까. 거기다 물좋다는 광금리 약수로 빚은 막걸리 혹은 청양의 특산품인 청양고추와 구기자를 잘 활용해 야외 나들이에서 잠시 맛보는 추억의 간식거리라면 제격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나그네들의 후각을 자극하는 푸짐한 옛 장터 또는 주막 같은 먹음직스러운 시골 잔치 분위기를 내보라는 것이다.
욕심이지만 여기다 한 가지를 더하자면 벚꽃나무 아래서 펼쳐지는 익살스런 행위예술을 더해도 좋겠다. 벚꽃 날리는 광금리에 1년에 딱 한번 찾아오는 각양각색의 행위예술은 벚꽃의 멋스러움에 한층 더 품격있고 색다른 웃음을 줄 수 있다. 부실한 무대공연보다 훨씬 더 재미있는 볼거리인 셈이다. 가능하면 축제에 참가하는 동네사람들과 꼬마들도 얼굴에 하얀 분칠을 하고 유쾌한 봄축제의 주인공이 되어도 좋겠다. 벚꽃은 봄의 상징이요, 익살스런 웃음은 다음 해에 또 오라는 광금리의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