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역사재단 분석, 역사적 적대감 클수록 분쟁심화…당사국간 ‘힘의 균형’ 평화적 해결 조건
역사적 적대감이 높을수록 영토분쟁이 더욱 심화된다는 주장이 나왔다. 특히 이러한 경향은 독도 ㆍ센카쿠ㆍ쿠릴열도 등을 놓고 분쟁을 벌이고 있는 한ㆍ중ㆍ일ㆍ러시아 등 동아시아 국가에서 더욱 두드러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지역은 당사국 간 적대감이 매우 높아 위험하지만, 당사국 간 힘의 균형이 있을 경우 극단적인 사태는 막을 수 있기 때문에 대한민국의 국력을 기르는 일이 중요한 요소인 것으로 분석됐다.최운도ㆍ배진수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최근 발표한 ‘민족주의와 영토분쟁: 이론적 논의와 경험적 분석’ 논문에서 세계 영토분쟁관련 전문기관인 영국의 IBRU(International Boundary Research Unit) 분석 결과를 전했다.
IBRU가 세계 42개 영토분쟁을 대상으로 총 22개 국제정치적 변수를 측정한 결과 ‘역사적 적대감(historic animosity)’ 지표가 분쟁의 심각성에 영향을 미치며, 독도ㆍ센카쿠ㆍ쿠릴열도를 둘러싼 동아시아 지역의 영토분쟁이 다른 지역에 비해 역사적 적대감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역사적 적대감’은 민족주의 요소를 의미하며, ‘분쟁의 중요도’를 평가하는 분쟁의 심각성(intensity)ㆍ규모(magnitude)ㆍ속성(nature) 등 3가지 요소 중 ‘분쟁의 심각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에 따르면 ‘역사적 적대감’ 항목에 대한 42개 분석대상 지역의 AHP(분석적 계층화기법)를 분석한 결과 동북아시아 영토갈등 지역들 모두 역사적 적대감이 ‘매우높음’으로 나타났다. IBRU는 분석 결과를 정도에 따라 ▷매우 높음 ▷약간 높음 ▷보통 ▷낮음으로 구분하고 있다.
실제로 AHP 결과 0.547 이상으로 ‘매우높음’으로 분류된 영토분쟁은 전체 42개 중 15개. 이 중 동아시아 지역에서 발생한 영토분쟁은 7개이며, 한국-일본의 독도분쟁ㆍ일본-중국의 센카쿠 분쟁ㆍ일본-러시아의 쿠릴열도 분쟁이 모두 포함됐다.
논문은 역사적 적대감을 민족주의 요소로 해석하며 영토 분쟁을 겪고 있는 국가 간의 역사적 적대감 또는 증오감이 크면 클수록 분쟁이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지난 20여년동안 한국ㆍ중국ㆍ일본의 민족주의가 강화돼 왔으며 3국을 둘러싼 영토분쟁의 추이도 민족주의의 변화와 깊이 관련돼 있다는 주장이다.
최운도 연구위원은 논문을 통해 “최근 동아시아에서의 영토분쟁은 냉전기부터 존재해 온 동일한 분쟁의 연장이 아니라 새로운 동력을 가진 분쟁이라고 인식할 필요가 있다”며 “민족주의의 지지를 받는 이상 영토분쟁은 민감성과 폭발력에 있어서 기존의 분쟁과는 다른 차원의 갈등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영토분쟁 해결을 위한 대안으로 최 연구위원은 “분쟁국 간의 세력균형이 영토분쟁의 평화적 해결의 필수조건”이라며 “또한 분쟁 관련국 사이의 공통의 동맹국의 존재가 분쟁의 폭발성을 조절할 수 있으며 동아시아 상황에서는 미국의 존재를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박수진 기자/sjp10@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