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우·노영실 교수팀 ‘정상지방서 암 억제물질 분비’ 확인
엉덩이·허벅지 정상 지방세포혈액속 떠다니는 지방 흡수
비만관련 암 낮추는 기능
일반적 통념과 달리
뱃살 가장 먼저 빠져
반드시 운동 병행해야 효과
오늘도 많은 사람이 ‘지방은 악’이라고 생각하며 여러 가지 다이어트법에 매진하고 있다. 지방은 고지혈증, 고혈압, 심혈관계 질환 등 온갖 성인병의 ‘원흉’으로 낙인찍혀 몸에서 ‘없애야만 할’ 대상으로 취급된 지 오래. 그러나 지방은 몸에 해롭다는 고정관념을 떨쳐버려야 할 시간이 왔다. 특히 ‘정상 지방’에서 유방암을 막아주는 물질이 나온다는 사실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확인됐다.
▶좋은 지방은 암을 막아준다=동국대일산병원 비만대사영양센터장 오상우 교수와 국립암센터 노영실 교수팀은 정상 지방에서 분비되는 ‘에디포넥틴’이 많은 환자는 유방암의 재발률이 낮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들은 국립암센터에 등록된 유방암 경험 환자들의 혈액 데이터 및 유방암 재발확률을 놓고 4년간 코호트조사(시계열 추적조사) 끝에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이들의 연구에 따르면 혈액 속에 에디포넥틴이 부족한 하위 25%의 환자들의 경우 에디포넥틴이 가장 많은 상위 25%의 환자들에 비해 유방암 재발확률이 2.8배 정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에디포넥틴은 정상적인 지방세포조직에서 만들어지는 유사 호르몬으로, 지금까지는 인슐린 저항성을 낮춰 혈당 수치 조절에 기여하는 물질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동물 실험 등을 통해 이 물질이 유방암, 대장암 등 비만과 관련된 암을 억제하는 기능이 있을 수 있다는 선행 연구들이 속속 진행돼왔다. 이번 연구로 인해 이 물질이 사람의 유방암을 낮추는 요인이 된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오 교수는 이번 연구와 관련해 “지방이라면 무조건 건강에 안 좋은 것으로 생각하지만, 정상적인 지방세포의 경우 유방암, 대장암 등 비만과 관련된 암을 예방하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증명된 연구”라며 “앞으로 정상인들의 유방암 발병률 등에 대해서도 보다 심도 있는 연구가 진행되면 유방암 예방 및 치료에 대한 새로운 지평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오 교수 등이 연구한 이번 논문 ‘에디포카인, 인슐린 저항성, 대사증후군, 유방암 재발에 대한 코호트 연구(Adipokines, insulin resistance, metabolic syndrome, and breast cancer recurrence: a cohort study)’는 인용지수 5.33의 세계적인 유방암 전문잡지 ‘유방암연구(Breast Cancer Research) 13호’에 게재됐다.
▶좋은 지방 vs. 나쁜 지방, 무엇이 다른가=그렇다면 건강에 좋은 지방과 나쁜 지방의 차이는 무엇일까? 오 교수에 따르면 이들의 차이는 위치 및 크기로 구별될 수 있다.
좋은 지방은 피하지방, 이 중에서도 엉덩이나 허벅지 등에 위치한 지방으로, 크기가 0.1㎜ 정도인 지방세포를 의미한다. 이들의 경우 지방세포의 파괴가 거의 없고 건강하게 활동하기 때문에 혈액 속의 지방질을 높이지 않으면서 에디포넥틴 등 좋은 물질들을 분비한다. 또한 이들 세포는 혈액 속에 떠다니는 지방들을 흡수해 고지혈증을 막아주며, 간이나 근육 등으로 지방이 이동하는 것을 예방한다.
나쁜 지방은 주로 근육, 간, 내장 등에 있는 지방으로, 이 중에서도 최악은 근육이나 간에 위치한 지방세포들이다. 간이나 근육의 경우 다른 곳에서 더는 지방을 수용할 수 없어 흘러나온 지방들이 모이는 곳으로, 여기에 지방이 쌓인다는 말은 이미 지방이 ‘포화상태’가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곳에 쌓인 지방은 쉽게 분해되면서 혈관으로 흘러들어 가 고지혈증 및 염증을 유발한다.
또한 지방세포의 크기가 비정상적으로 커진 경우도 위험하다. 최대 0.8㎜까지 커지며 정상 지방세포의 8배로 커지게 되는데, 이런 경우 TNF-α, 리지스틴 등 안 좋은 물질들을 배출한다. 염증 전구물질 사이토카인인 TNF-α는 염증 반응을 일으키며 인슐린 저항성을 높이는 리지스틴 등은 인슐린 호르몬의 작용을 억제해 당뇨 및 심혈관 질환, 암의 발병률을 높인다.
▶빼기 제일 좋은 지방이 ‘뱃살지방’, 운동 없이 다이어트만으론 안 돼=흔히 ‘뱃살이 가장 빠지기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뱃살이 지방 중에서도 가장 먼저 빠지는 곳이다. 오 교수에 따르면 지방은 상복부 뱃살, 하복부 뱃살, 상체, 하체의 순으로 빠진다. 뱃살이 가장 먼저 사라지며, 엉덩이 및 허벅지 부분이 가장 빠지기 어렵다는 뜻.
하지만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 중에선 뱃살이 빠지지 않는다고 투덜대는 사람이 많다. 이에 대해 오 교수는 “운동요법을 병행하지 않기 때문”이라 잘라 말한다. 운동요법을 병행하지 않은 채 단식, 절식 등 다이어트 요법만으로 살을 뺄 경우 지방은 분해되지 않고 근육량만 줄어들게 된다. 따라서 뱃살이 잘 빠지지 않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것. 이 경우 몸 전체에서 체지방률이 높아지면서 오히려 비만의 위험이 늘어나게 된다.
오 교수는 “남자의 경우 허리둘레를 기준으로 90㎝(바지 기준 36인치), 여자의 경우 85㎝(34인치) 이상이면 비만 관련 질병이 시작된다고 보면 된다”며 “다이어트를 할 때는 걷기, 자전거타기 등 유산소운동을 반드시 병행하며, 식이요법에서도 원푸드 다이어트 등 건강을 해치는 잘못된 방법을 따르지 말고 고른 영양 섭취 중에서 칼로리를 제한하는 방법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재현 기자/madpe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