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硏, 탈북자 인터뷰 분석
국가소유 주택 불법거래
생계유지형 과외 성행도
경제난으로 인한 국가재정 악화와 장마당(시장)의 확산으로 북한 당국의 공공재 공급기능이 사실상 시장에 의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최근 들어 국가 소유인 주택에 대한 불법 매매와 분양도 성행하고 있으며 젊은 교사들은 생계유지를 위해 가정교사를 하는 경우가 다반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5일 양운철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2010년 이후 한국행을 목적으로 북한을 탈출한 탈북자 40여명을 인터뷰한 결과를 토대로 이런 분석을 내놨다. 그는 북한 내 국영상점에서 판매 중인 상품의 질과 서비스가 장마당 상품과는 경쟁이 되지 않아 판매가 악화되고 있으며 이는 국가재정 악화를 초래, 결국 정부의 공공재 공급 기능을 시장이 떠안고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 당국 입장에서는 안전원이나 보안원들이 주민들로부터 뇌물을 챙기는 것을 일종의 ‘인센티브’로 용인하고 있는 현실이다. 양 연구위원은 “북한 정권은 주민들의 생계를 유지시키기 위해 시장을 허용하고 있지만 반면 주민들을 감시하고 부를 탈취하기 위한 수단으로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평양의 경우 배급제는 유지되고 있지만 근래들어 배급량이 감소하고 있다고 탈북자들은 전했다. 중앙당 간부에겐 과거 1인당 월 1㎏의 식량이 제공됐지만 최근 조금 줄었고 가족들과 합산해 나오는 배급량은 이보다 더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평양은 물론 지방 대도시 엘리트 계층은 배급에 의존하지 않고 다양한 편법을 동원해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젊은 전문학교 교원의 경우 턱없이 부족한 월급 때문에 생계유지를 위해 10여명의 학생들을 모아놓고 과외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양 연구위원은 전했다.
또 신흥부유층들은 정부의 이름을 빌려 다양한 사업에 관여하고 있는데, 부실한 국영기업소의 이름을 빌려 직접 운영하거나 주택건설과 매매사업 등에도 관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에서 주택은 국가 소유이지만 실제로는 매매가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 주택입사증이 있고 주변으로부터 민원이 없으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 연구위원은 “이는 흡사 동유럽이나 러시아에 만연했던 국가자산의 착복과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양 연구위원은 이 밖에 최근 북한을 탈출해 남한으로 귀순한 사람들은 ‘정치적 자유’보다는 개인과 가족들의 삶의 질을 추구하기 위한 목적의 ‘불법 이민자’의 성격이 강하다며 탈북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고 진단했다.
안현태 기자/pop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