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교과서 파문에 손도 못쓰고…日 대지진 참사 속에서도 존재감 실종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지 20일이 지났지만 간 나오토 일본 총리가 보이지 않는다. 유례 없는 국가 재난 상황을 맞은 일본 국민들은 “도대체 간 총리는 어디 있는 거야”라는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며 나라 밖에서도 간 총리의 위기극복 리더십에 대한 의구심 어린 시선이 많아지고 있다. 일본발 방사능 물질 확산 공포로 전 지구촌이 떨고 있지만 일본 정부가 묵묵부답 말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간 총리는 지난 30일 독도를 일본 땅이라고 밝힌 교과서들을 대거 승인해 우리 정부를 아연실색케 만들었다.
동일본 대지진을 계기로 우리 정부는 과거사까지 잠시 접어두고 일본 지원에 총력을 다했고 한류스타와 민간인들도 일본 돕기에 적극 동참했다. 성금 모금에 앞장선 위안부 할머니들의 모습이 한국과 일본에 방송된 것이 불과 2주일 전이다.
간 총리 내각은 독도 교과서에 대해 정치적 개입이 불가능한 일본 교과서 검정 시스템 때문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매뉴얼이 잘 돼 있고, 또 관료화 사회의 전형이 일본이라는 점을 부각시켜 외교적 파문에서 비켜가려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의원내각제에서 총리는 의회 다수당의 대표이자 행정부 수반이라는 정치적 파워를 갖고 있다.
독도 파문에 대한 이 같은 해명은 오히려 간 총리의 무능함을 여과 없이 보여준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간 총리는 지난해 한일병합 100년 담화에서 “식민지 지배가 초래한 다대한 손해와 아픔에 대해 통절한 반성과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사죄의 심정을 표명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일본 교과서 파문으로 간 총리 담화의 진정성은 다시 한번 도마에 올랐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다음달 초 나올 일본의 외교청서, 그리고 하반기 방위백서에도 ‘독도는 일본 땅’이란 주장이 계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또 내년 3월로 예정된 고등학교 1학년 사회 교과서 역시 이번 중학교 교과서 이상의 억지 주장을 되풀이할 것이 분명하다. 50년 자민당 정권이 만든 잘못된 관행과 시스템 개혁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간 나오토 총리는 지금이라도 다른 모습을 보여야 한다.
“역사를 직시하는 용기와 이를 인정하는 겸허함을 갖고 과오를 되돌아보는 것에 솔직하게 임하고자 한다”는 그의 말이 더 이상 실천 없는 구호가 아님을 우리에게 행동으로 보여줘야 할 것이다.
최정호 기자/ choij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