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동남권 신공항 건설 계획 백지화 발표 이틀째를 맞은 31일 부산과 대구지역 의원들이 각각 서울과 대구에서 모임을 갖고 공항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결의를 다지는 등 파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정부발표에 대한 정치권과 지방자치단체의 불복종 운동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정국은 혼돈 속으로 더욱 빨려들어가고 있다.
여권의 총체적 위기감이 심화되자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대국민 입장을 밝히겠다며 민심 달래기에 나설 예정이지나, 현 정부에 대한 불신이 워낙 큰 데다, 텃밭 영남에 대한 대선 공약을 백지화하는 비수를 꽂았다며 온통 격앙된 반응뿐이었다.
부산지역 의원들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허남식 부산시장이 참석한 가운데 부산지역 당ㆍ정 협의를 갖고 가덕도 신공항의 중단없는 추진 입장을 밝혔다. 허남식 시장은 “정부 결과 발표는 결코 수용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며 “앞으로 부산이 독자적으로 가덕도 이전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정훈 의원(부산 남구갑)도 “어제 평가 결과를 보면 공항 확장성에서 가덕도가 4.3점 밀양이 4.5점이라는데 확장성은 바다가 있는 가덕도가 수월하지 산을 21개나 깎아야 하는 밀양이 수월하느냐”고 말했다. 현기환 의원(부산 사하구갑)은 “백지화라는 대못을 박은 것은 정치적 결정”이라고 말했다.
부산은 김형오 의원(부산 영도구)의 신공항 무용론에 일부 김해공항 확장론이 있지만 대부분 공항 독자추진 쪽이 다수다. 박대해 의원(부산 연제구)은 탈당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이종혁 의원(부산 진구을)은 “공항 독자추진을 위한 해외사례 등을 수집중이고 반드시 관철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일 정부의 백지화 발표 직후 일부에서 이명박 대통령 탈당요구가 나왔던 대구지역 의원들은 이날 오전 박근혜 전 대표와 함께 대구로 갔다. 박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인 달성군 경북과학기술원(DGIST) 총장취임식에 참석하고 기자들에게 답변하는 형식으로 자신의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조원진 의원(대구 달서구병)은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정부의 평가결과 공개를 요구했고 구체적인 진상조사단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구 의원들은 이번 평가결과와 별개로 공신력 있는 기관에 입지 평가를 재의뢰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유승민 의원 등은 이미 전날 다음 정권에서 반드시 밀양 공항 유치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총선 대선 공약 준비에 나섰다. 반면에 당 지도부는 이날 영남권 달래기에 주력했다. 김무성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의 고뇌 어린 결론이 자기 주장과 안 맞아도 힘들지만 수용하는 게 도리”라고 말했다. 홍준표 최고위원은 “정부의 정책 수행 집행과정이 미숙하고 거칠다”고 말했다.
<심형준 기자 @cerju2> cerju@heraldcorp.com
<대구=이상화 기자 @sanghwa9989> sh9989@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