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간45분간 특집 방송된 ‘나가수’는 공연이 아닌 TV라는 매체를 통해 음악이 줄 수 있는 감동을 극대화했다. 그동안 맹비난을 쏟아내던 시청자들은 이날 방송이 끝난 뒤 “감동의 물결이었다. 프로그램이 계속됐으면 좋겠다” 등 태도가 180도 바뀌었다.
가수들은 더욱 비장해졌다. 가수들은 할 수 있는 모든 장치를 다 동원해 쌓아둔 내공을 아낌없이 불태웠다. R&B 가수 박정현은 빨간색 꽃무늬 원피스를 입고 나와 라틴댄스를 췄고, 윤도현은 밴드와 함께 퍼커션을 직접 연주했다. 7인의 가수 모두 ‘나는 가수다’라는 사실을 몸소 입증해 보이려는 듯, 혼신을 다해 무대를 꾸몄다.
특히 무엇보다 노래 잘하는 가수로 인정받아온 가요계 대표 가수들이 무대 위에서 사시나무 떨듯 온몸을 떠는 모습은 시청자들의 날 선 마음을 녹아내리게 했다. 그동안 누릴 것은 다 누린 20년차 국민가수 김건모는 마이크를 잡은 손을 바들바들 떨었다. 데뷔 13년차 가수 백지영은 심지어 본무대도 아닌 리허설 무대에서 눈물을 쏟아냈다. 프로가수의 ‘안전지대’에서 한순간 정글 같은 서바이벌 무대에 오른 진짜 가수들의 생존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은 보는 이들을 애처롭게 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새 PD로 교체되고 프로그램 포맷을 대정비하기 위해 방송 중단을 선언한 시점에서 시청자들은 “이들을 한 무대에서 보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경험인지 깨달았다”며 열렬한 응원을 전했다.
이 같은 감동에도 ‘나가수’가 가진 포맷의 한계와 세심한 고려 없이 일을 저지르고 만 제작진의 미숙한 태도는 개선될 부분으로 지적된다. 한 방송 관계자는 “TV를 통해 음악이 줄 수 있는 감동을 극대화시켰다는 점은 나가수의 미덕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자극적인 소재만 내세워 시청률을 견인하겠다는 태도로, 시청자를 우롱하지 않도록 다시 한 번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민선 기자/bonjod@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