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현장에 와서 판단하라.”
일본열도에 지진에 쓰나미에 핵공포까지 몰아치고 가운데 일본인의 민심도 흉흉해지고 있다.
후쿠시마 현 원자력발전소의 잇단 폭발로 방사능 유출 우려가 확산되자 현내 주민은 물론 지사까지 냉정한 대응만을 요구하고 있는 정부를 향해 참았던 분노를 표출했다.
17일 교토통신은 후쿠시마민우신문을 인용, 사토 유헤이 지사가 재해대책본부를 돌연 방문한 미쓰시타 다다히로 경제산업성 부대신을 향해 “이제 한계점에 봉착했다”며 “정부는 현장에 와서 직접 판단하라”고 쏘아붙였다고 전했다.
방사능 누출 공포가 확산되는 가운데 이날 제1 원전 4호기에서 또 화재가 발생하자 주민의 불안은 한층 더해갔다.
현내 이와사키중학교에 대피 중인 세야 다케시 씨는 “도쿄전력이나 정부의 설명은 애매하기만 하다”며 “피난민의 불안만 부추기고 있다”고 분개했다.
원자력발전소에서 25㎞ 떨어져 있는 다무라 시에 거주하는 한 70대 남성은 “정부에 현장 정보가 정확히 전해지긴 하는 건지 의심스럽다”며 “집을 떠나도 상황이 개선될 것 같지 않아 버틸 수 있는 한 집에서 버틸 생각”이라고 말했다.
신문은 후쿠시마 현 측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내놓은 피난 방침에 대응하느라 독자적으로 재해에 대응할 수 없다며, 정부에 기대고 있는 현 내 대책본부와 주민의 초조함은 더해가고 있다고 전했다.
원자력발전소에서 20~30㎞ 내에 있는 히로노마치 다카노 병원의 관계자는 “실내 대피령이 떨어져 대피는 하고 있지만 움직일 수 없는 환자가 많아 상황이 악화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연료 보급이 시급하다고 하소연했다.
마이니치신문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일본 정부의 위기관리 매뉴얼은 작동하지 않았다고 16일 지적했다. 일본 정부가 사고 원전 운영자인 도쿄전력과의 통합연락본부를 설치한 것은 대지진 발생 5일째인 지난 15일이었다.
또한 도쿄전력은 정부에 정확한 보고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상수 특파원/dlc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