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스코 美원자력규제위원회 위원장
“4호기 방사능 수위높아보조적인 냉각작업 힘들것”
日당국선 냉각수 고갈 부인
美, 대피반경 80㎞로 권고
“핵연료봉 보관 수조에 물이 없다.”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 그레고리 재스코 위원장이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자력발전소 4호기에 대해 사실상 ‘사망 선고’를 내렸다.
재스코 위원장은 16일 하원 예산 관련 청문회에 출석해 “후쿠시마 원전 4호기의 사용후 핵연료봉을 보관하던 수조의 물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이는 사용후 핵연료봉의 온도 상승을 막을 냉각수가 없다는 뜻으로, 이 발언이 사실일 경우 핵연료봉과 달리 격납용기에 둘러싸여 있지 않은 사용후 핵연료봉이 가열돼 핵연료가 녹으면서 대량의 방사능 유출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뉴욕타임스(NYT)는 17일 재스코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으로 “5일에 걸친 일본의 원전 통제 노력에 ‘불길한 새 장(a new and ominous)’이 열렸다”고 평가했다.
일본 당국은 현재 수조에 냉각수가 없어졌다는 사실을 부인하고 있으며, 미 백악관도 “일본이 방사능 위협을 축소하려 한다는 의혹을 제기할 뜻은 없다”며 파문 진압에 나섰다.
그러나 미국이 방사능 대피반경을 일본의 20㎞보다 훨씬 넓은 80㎞ 외곽으로 권고한 것 자체가 일본과 미국 간에 큰 이견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NYT는 지적했다.
재스코 위원장은 “높은 방사능 준위로 4호기의 보조적인 냉각 작업을 계속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보조적인 냉각 작업이란 소방차와 물탱크 등을 이용해 연료봉 보관 수조의 열을 식히고 방사능 수증기를 밖으로 빼는 것 등이다.
4호기는 이미 지난 15일과 16일 연이은 화재로 사방 8m의 구멍이 나면서 방사선이 대량 노출돼 원전 직원들의 접근이 어려운 상태다. 자위대는 15일 4호기에 대해 헬기로 물폭탄을 투하할 계획을 세웠으나 이를 철회하고 대신 17일 경찰 물대포를 배치했다.
재스코 위원장의 이번 발언으로 4호기뿐 아니라 문제가 나타난 제1원전의 6호기 전체에 대해 냉각수 공급 정상화를 시도하고 있는 일본 당국의 노력이 총체적 난관에 부딪힐 것이란 암울한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AP통신은 “결국 (제1원전 1~6호기의) 노심용해를 막을 수 있는 길은 남아 있지 않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재스코 위원장은 “최근 NRC가 입수 가능한 정보를 바탕으로 유사시에 대비한 대피 권고안을 마련했으며, 이 권고안에 따라 일본 주재 미국대사가 80㎞ 이내 미국인에 대해 대피하도록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유지현 기자/prodig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