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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금융, 글로벌시대 연다>한국인 고객중심 탈피 철저 현지화…‘금융 한류’ 새 바람
〈2〉아시아 현지에선 지금 ④ 인도네시아
외환·하나·우리銀 법인설립

삼성화재 등 보험업도 진출 러시

일부금융사는 M&A통해 진출 검토

이트레이드 온라인 점유율 1위불구

글로벌 기업 비해 아직 걸음마수준

네트워크 확대 등 차별화전략 시급




[인도네시아=오연주 기자]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시내는 교통체증이 극심하기로 유명하다. 목적지까지의 거리가 얼마나 되냐고 물으면 “거리상으로는 ○○분인데 교통상황에 달려있기 때문에 알 수 없다”는 대답이 돌아오기 일쑤다.

교통난이 심각하다는 것은 인도네시아의 양면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자동차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 대중교통, 도로는 취약하다. 즉 소비 등 민간경제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사회적 인프라는 탄탄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향후 두 가지가 결합한다면 세계 인구 4위에 풍부한 자원까지 가진 인도네시아의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인도네시아 진출, 제2의 붐=인도네시아에는 최근 현지 진출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한 한국 금융회사 관계자들의 방문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IMF 사태 이전 앞다퉈 해외로 나가려던 것과 유사한 상황. 지난해 인도네시아 경제성장률은 6.1%에 달하며, 올해도 6% 이상이 기대되는 뜨거운 시장이다.

현재 우리, 하나, 외환, 수출입은행이 자카르타에 현지법인을 설립해 영업 중이며, 현지은행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향후 진출을 검토하는 은행들도 많다. 보험 쪽에서는 삼성화재, LIG손해보험, 메리츠화재가 현지법인으로 진출해 있다.

인도네시아 금융산업은 아직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했다. 일례로 우리은행 현지법인은 본점과 지점 3개밖에 없지만, 인도네시아의 은행 120개 중에서 65위 정도의 규모를 자랑한다. 그만큼 영세한 현지 금융회사들이 많다는 뜻이다.

그러나 금융감독 프로세스는 선진화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지에 진출한 한국인들은 중앙은행이 ‘깐깐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연초에 재무적인 부분은 물론 채용계획과 상품계획 등까지 담은 보고서를 내야 하며, 당초 보고와 조금만 달라져도 왜 그런지에 대한 해명을 해야 한다.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은행인가 권한을 가진 것은 물론 은행투명성 제고를 위한 감독 기능도 강화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시장에 진출한 금융기관들의 성공여부는 현지화에 달려있다. 현지 기업과 교민들을 대상으로 한 영업만으로는 미래를 기약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려운 과정이지만 한국 금융기관들은 눈부신 성과를 거두고 있다.

특히 은행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인도네시아는 중앙은행을 내세워 은행업 부문의 구조조정도 추진 중이다. 인도네시아 최대 은행인 만디리(Mandiri)도 은행 4개가 합병해 탄생한 것이다. 금융당국은 향후 금융회사 숫자를 절반 정도로 대폭 축소하고자 한다. 이창수 삼성화재 현지법인 법인장은 “금융당국이 강제로 조정할 수도 없기 때문에, 해외자본을 통한 M&A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현지화 실험의 메인스테이지=현지법인의 한 임원은 “인도네시아 시장을 새로 노크하겠다면, 현지화를 하겠다는 생각 없이는 진출하지 말라”고 잘라 말한다. 인도네시아는 현지 진출기업과 교민이 많지만, 이들을 상대로 영업을 하겠다고 들어오면 결국 국내금융사들이 파이를 쪼개서 나눠먹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국내기업을 지원하는 역할을 중점적으로 하고 있다. 최상학 우리은행 법인장은 “국내 금융회사들은 아직 국내 대기업들의 해외자금 수요도 다 소화하지 못하는 수준으로 글로벌 플레이어가 되려면 아직 갈길이 멀다”며 “해외진출의 궁극적인 목적은 현지화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은행도 코트라(KOTRA)와 협력관계를 다지며 인도네시아에 진출하려는 중소기업들의 컨설턴트 역할을 자부한다. 그러나 하나은행은 2007년 인도네시아에 진출할 때부터 현지화를 염두에 두고 현지 은행을 인수하는 방식을 거쳤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현재 자산의 60%가 현지자산이다. 중앙은행의 승인을 위한 면접에서 최창식 하나은행 법인장은 “고객이 누구냐, 한국사람 아니냐”는 질문에 “인도네시아인을 상대로 영업할 것”이라고 말해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그는 “현지화는 아직 가지 않은 길로, 신화를 창조하겠다는 마음가짐”이라며 “첫 해는 순손실을 냈지만 꾸준히 실적이 호전돼 올해는 30억 이상 순이익을 목표로 한다”고 전했다. 최 법인장이 친근한 현지화를 위해 인도네시아 사람들처럼 수염을 길렀다는 이야기도 유명하다. 

국내 금융회사가 해외에서 현지화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현지화는 여전히 모험이다. 이창수 삼성화재 법인장은 “해외에서 리테일영업을 잘 하는 글로벌 플레이어들이 고기를 잡는 그물망을 가지고 있다면, 현재 우리는 여러 사람이 달려들어 맨손으로 잡는 것과 같다”고 표현했다. 삼성화재는 진출 초기인 2005년만 해도 그룹계열사 등 관계사 비중이 60%, 한국계 거래가 35%에 달했고 로컬 거래는 5%에 불과했다. 그러나 장기적 전망으로 현지화에 박차를 가해 현재는 로컬 비중을 40%까지 끌어올렸다.

▶현지화 방법은 진화 중=현지화가 녹록지 않다고 하지만, 가능성을 이미 증명한 곳도 있다. 이트레이드 증권은 인도네시아 온라인 증권시장 점유율 1위에 빛난다.

하나은행은 현재 20개 영업점에서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본격적인 현지화를 위해서는 네트워크를 더욱 확대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점을 인식, 타은행과의 제휴를 적극 모색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싱가포르 OCBC은행과 전략적 제휴를 추진하는 한편, BCA(Bank Central Asia)가 전산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는 점에 착안, ATM을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

현지에 적응하려면 현지의 특성을 잘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최창식 법인장은 “중소기업 대출만 하더라도 이곳은 담보대출 위주로 한국과 상황이 다르고, 예금도 1개월, 3개월 등 단기예금이 많은 것이 특징”이라며 “한국 본점의 여신심사위원회 대신 이곳에 맞는 신용평가모델을 마련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삼성화재 인도네시아 법인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통신인프라가 급속히 마련되고 있다는 점에 착안, 온라인을 통한 현지화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 이창수 법인장은 “차별화된 전략과 M&A를 병행하면서 2015년까지 15위권으로 진입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오연주 기자 @juhalo13>
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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