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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병기의 대중문화비평>죽은 자 깨우는 천재 법의학자…‘싸인 폐인’에 던지는 메시지는?
2회 남은 SBS 수목극 ‘싸인’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메디컬수사 드라마 장르를 안착시키는 데 성공했다. 후반 들어 미니시리즈가 갖춰야 할 회별 극성이 더욱 강화돼 보는 재미를 더하고 있다. 스토리가 탄탄하고 그 속에서 캐릭터의 특성이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러브라인도 약하게 들어가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스피드를 조금도 떨어뜨리지 않는다. 

초반 인기가수 서윤형의 죽음, 트럭연쇄살인, 미군의 한국인 살인 사건, 대기업 연쇄의문사 사건 등을 법의학의 관점에서 단서를 발견하고 이를 파헤쳐온 ‘싸인’은 이제 두 가지 큰 사건의 해결을 앞두고 긴장감이 고조돼 있다.

하나는 이미 종결된 줄 알았던 서윤형 살인 사건의 범인인 강서연(황선희)이 의도하는 바는 무엇이며 그 결말은 어떻게 될 것이냐다. 또 하나는 단순히 ‘묻지마 살인’이라 할 수 없는 게임 개발자 이호진(김성오)과 그의 고교 친구인 공범 우재원(오현철)의 단계별 살인게임들을 어떻게 마무리하느냐다. 둘 다 민감한 의제들을 건드리며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강서연은 단순히 사이코패스라고 부르기 어려울 정도로 섬뜩하면서도 디테일을 지니고 있다. 그는 서윤형만 죽인 게 아니다. 미국에서 교통사고로 한 사람을 죽였고, 죄 없이 살인죄로 복역하다 감전사고로 죽은 이수정과 호텔에서 투신자살한 것으로 위장한 서윤형 기획사의 주선우 대표의 죽음도 모두 강서연의 짓이다. 하지만 그는 서윤형을 죽이는 데 사용한 쿠션을 집에 놔두고 다닌다. 아버지가 대권을 다투는 유력한 후보로 떠오른 시점에 그런 행동을 하는 이유를 그녀가 기분 나쁘게 웃을 때 보여주는 눈빛으로만 짐작할 뿐이다. 강서연의 아버지는 수하의 변호사(장현석)를 시켜 돈으로 국과수의 진실마저도 막아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는 권력지향적 인물이다. ‘싸인’이 서윤형 살인 사건을 어떤 식으로 해결해 정당하지 못한 권력의 실체까지 파헤칠지 궁금하다.


이호진의 망치 연쇄살인은 정우진 검사(엄지원)에까지 향하고 있다. 부검의 고다경(김아중)과 윤지훈도 타깃이 아니냐는 스포일러가 나돌며 팬들이 긴장하고 있다.

이 사건을 해결하는 데 있어 김아중은 한결 발전되고 성숙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5년 전 친동생을 식물인간으로 만든 범인과 맞딱뜨린 김아중은 자신이 동생을 죽였다는 죄책감과 절망감과 분노 등 복합적 감정을 과잉 없이 표현해내고 있다.

‘시티 헌터’라는 게임 시나리오 개발자 이호진의 살인사건은 전교 1등의 모범생이었으나 대입에 실패하고 가족과 여자로부터도 멀어진 ‘루저’의 인생복수극이라는 점에서 묻지마 범죄라기보다는 계획적 범행으로 보인다. 게임 개발자의 연쇄살인 사건 해결을 통해 ‘싸인’이 무엇을 보여줄지도 기대되는 대목이다.

주인공 천재 법의학자 윤지훈(박신양)은 부검의로서 오직 말 못하는 시신의 말을 대신해주는 ‘진실추구자’인 반면 국과수 이명한 원장(전광렬)은 국과수 부검 시스템의 기초가 된 건 ‘권력’이라고 믿는 권력지향적 인물이다. 이명한은 20년 전 국과수의 3인방으로 일할 때 동료 한 명이 과로로 숨지자 법의학계의 현실에 분노하고 미국 유학을 떠났다가 돌아온, 아픔을 지닌 인물이다. 그가 권력에 기대는 건 국과수를 굴러가게 하는 힘을 오래 전부터 체득했기 때문이다. 이명한의 캐릭터가 극적 리얼리티를 갖는 이유다.

‘싸인’은 초반 윤지훈과 이명한의 대립으로 사건을 팽팽하게 끌고 왔지만 중반 이후 이 대립구도는 다소 느슨해졌다. 하지만 종반 2개의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이들 간의 대립과 갈등, 오해도 한순간에 마무리되지 않을까.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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