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작품 속 아이들과 무언의 대화를 시작했다. ‘아이’가 작품 속에 계속 등장하는 것은 그 아이들이 곧 나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또한 아이들은 내 그림을 접하는 모든 이들, 즉 관객의 모습이기도 하다. 각각의 작품에서 아이들은 저마다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아이는 나 자신 현실에서 할 수 없는 것, 표현하지 못하는 것을 대신한다. 어린아이답지 않게 진지하고, 심각하며, 곰곰히 생각하는 표정으로 말이다.
작품에서 나는 내 생각과 기억을 말하고 싶다. 또 추억, 상상, 꿈을 들려주고 싶다. 기억 속엔 자연적으로 떠오르거나 불현듯 떠오르는 것이 있지만 때론 떠오르지 않는 것도 있다. 생각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도 있다. 나의 이런 작은 것을 차곡차곡 그림에 담곤 한다. 나는 내 삶의 비극적인 긴장 속에서 나를 발견하게 됐고, 그러한 시간 속에서 내 무의식과 꿈에 집중하던 끝에 트라우마를 발견하게 됐다. 반복되고 충족되어지지 못한 결핍으로서의 욕망이 그림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러한 시작에서 이제는 나의 작품은 주로 심리적은 것을 다루게 됐다. 인간의 다채로운 감정, 가슴 속에 내재돼 있으나 은밀히 감추고 싶은 미묘한 심리말이다.
꽃과 어린이를 유난히 좋아하는 젊은 화가 신소영이 첫 개인전에 내놓은 작품 ‘misty day’. 작가와 꼭 닮은 어린 소녀는 작가의 자화상이지만, 감상자들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는 점에선 모두의 초상이기도 하다. |
끝없는 욕망, 갈등, 권력, 소유욕, 지배, 현실과의 괴리, 이상의 세계, 자아의 분열, 이중적인 내면의 모습 등 그러한 심리적인 것을 더 잘 표현하고 싶다. 그러한 표현을 위해 작품 속 장치로 동물이나 상황적 배경을 쓰기도 한다.
어른이 되어버린 나는, 아이가 되고픈 나를, 아이가 될 수 없는 나를, 아이였던 나를, 순수했던 나를, 순수하지 않았던 나를, 세상 속에 살아가고 있는 나를, 여러가지 나를 되새김질하면서 내가 나에게 좀 더 집중하면서 나와 다르지 않는 많은 사람에게 다가가고자 한다. 그림 속에서 나는 여전히 어린아이다. 삶에서도 여전히 어린아이이고 싶다. 아이의 시선으로 세상 속에 있고 싶다. 작품 속 어린아이는 나로부터 시작돼 만들어진 공간에 존재한다. 어떠한 새로운 공간을 끝도 없이 만들어내는 것은 내 삶에 있어 끊없이 변해가는 순간 속 한 장면처럼 어쩔 수 없이 진행되는 내 삶의 일부분이다.
신소영의 신작 유화 ‘어떠니?’. 130×162㎝. [사진=이화익갤러리] |
현실과 조금 동떨어지는 그 공간 속에는 현실에서 충족되지 못하는 부분이 채워진다. 부재하는 공간은 현실과 비현실의 중간이며, 그곳에 나는 존재한다. 그 교차점과 그 찰나에 나는 늘 서있고 싶다. [글ㆍ그림=신소영(화가)]
신소영(29)은 홍익대 서양화과 및 대학원을 갓 나온 신예작가. 맑고 순수하나 어딘지 애틋한 모습의 어린아이를 그린 신소영의 작품은 한 번 본 이들을 곧바로 ‘팬’으로 만들어버릴 정도로 흡인력이 뛰어나다. 그만큼 표현이 남다르고, 서정적이기 때문. 작가는 길거리 캐스팅으로 모은 어린아이의 얼굴사진을 작가가 상상하고 수집한 공간자료와 의상, 액세서리, 오브제와 어울리게 섞으면서 자신만의 신선한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그림마다 일관되게 어린이가 등장하지만, 어린이의 눈을 빌려 어른의 세상을 들여다보고 이야기하는 그의 그림은 많은 이들을 매혹시키고 있다. 그의 작품은 3월 2~15일 서울 소격동 이화익갤러리에서 직접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