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젊은 여성작가들이 ‘비’를 주제로 단편을 하나씩 냈다. 주제에 맞춰 쓰기란 스스로 쓰기보다 어렵다. 김미월, 장은진, 윤이형, 한유주, 김숨 등 저마다 개성있는 컬러를 지닌 독특한 상상력을 자랑하는 이들이 같은 주제를 어떻게 변주해내는지 보는 즐거움이 적잖다.
아파트 창문에서 떨어지는 티슈를 모티브로 단절과 소외를 그려낸 장은진, 사람들의 부정적 에너지인 엘로를 주문으로 풀어주는 얼치기 마법사 얘기인 윤이형의 ‘엘로’, 치과 진료가 언제 시작될지, 자신의 순번이 제대로 보장될지 알 수 없는 불안감과 비의 불안정성을 결부시킨 김숨의 ‘대기자들’ 등 작가들이 그려내는 상상의 진폭이 넓고 풍부하다. 일상적이며 물리적 대상인 비를 주제로 끌어들여 작품의 오브제로 제시한 기획이 돋보인다.
비 ┃ 김미월 외 ┃ 열림원